국어 관계절 연구

Relative Clauses in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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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본 연구는 이동현상의 특성인 복합명사구 및 wh-섬 제약 및 변항의 특성인 강교차 현상 등을 통해 국어 관계절이 통사적 이동 규칙도 ‘운용자-변항’ 관계도 내포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 따라서 국어 관계절을 특징짓는 것은 무엇보다도 ‘주제-평언’ 관계임을 주장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주제-평언’ 관계는 대용 관계에 의해 만족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제와 평언에 해당하는 두 구성 부분의 의미적 혹은 화용적 관계에 의해서도 만족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으며, 이는 외부 명사구와 동지표를 가지는 관계화된 자리가 없는 ‘무관계화’ 관계절을 가질 수 있게 한다.

    다른 한편으로, 국어 관계절에서 외부 명사구와 동지표를 가지는 대용 요소는 어휘적 대명사일 수도 있고 무형 요소일 수도 있는데, 본 연구에서는 관계절의 무형 요소를 구조적 생략의 한 유형인 무형 대명사로 간주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관계절에서의 무형 대명사와 어휘적 대명사의 대체 가능성은 구조적 생략이 나타나는 다른 문맥의 경우와는 달리 부분적으로는 구조적인 제약을 가지는데, 이와 같은 관계절에서의 어휘적 대명사와 무형 대명사의 분포적 차이를 설명하기 위하여 ‘어휘적 대명사 회피 원리’를 제안한다. 이는 담화적 현상인 무형 대명사가 어떤 문맥에서는 부분적으로는 통사적 성격을 가지게 되며, 이러한 부분적인 통사화는 주제가 자신의 평언과 구조적인 관계를 맺으면서(즉 같은 문장 내에 나타나면서) 동지표를 가지는 대용 요소가 통사 구조 상 주제와 매우 인접해 있다는 사실과 연관이 있음을 시사한다.


    This paper investigates relative clause constructions in Korean. It argues that the relative clauses in Korean imply neither movement rule nor ‘operator-variable’ relationship. What characterizes the relative clauses in Korean, it is especially the relation Topic-Comment. This paper also argues that the relation Topic-Comment relation can be satisfied not only by the anaphoric relations, but also by semantic or pragmatic properties of the two components. This allows to have the relative clauses that have no coindexed position with the external NP.

    On the other hand, the anaphoric element which is related with the external NP in Korean can be a lexical pronoun or a null element. In this paper, we propose to identify as the null pronoun the null element which is related with the external NP. If the null element in the relative clause is a null pronoun, we would expect that the it freely alternates with a lexical pronoun. However, in some contexts, it cannot be freely replaced by a lexical pronoun. This suggests that the null pronoun is initially an ellipsis of a lexical pronoun, regulated by discursive constraints, but in some contexts, the null pronoun may have the structural constraints. To account for this situation, we propose ‘Avoid the lexical pronoun’ principle.

  • KEYWORD

    관계절 , 무형 대명사 , wh-이동 , 주제-평언 , 공범주

  • Ⅰ. 서론

    의문사나 관계사와 같은 wh-요소의 이동을 전제하는 언어에서는 관계절은 다음과 같은 두 관계에 의해 특징지어진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관계절의 선행사인 외부 명사구는 COMP에 있는 wh-요소의 중개를 통하여 관계화된 위치와 관계를 맺게 된다. 선행사와 관계대명사라는 전통적 용어가 가리키듯이 외부 명사구와 wh-요소 사이의 관계는 대용 관계로 규정지을 수 있다. COMP에 위치하는 wh-요소와 관계화된 위치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생성문법은 논리학에서 말하는 양화사와 이 양화사에 결속되어 있는 변항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와 유사한 양화관계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관계절에서 이동된 wh-요소를 ‘운용자’로 그리고 관계화된 위치에 있는 wh-요소의 흔적을 ‘변항’이라는 용어로 부르는데, 이는 이러한 양화관계에 기인하는 것이다.1)

    우리말과 같은 언어는 관계절에 관계사가 없다는 점에서 영어와 같은 언어와 구분이 된다. 영어처럼 관계사가 존재하는 언어와 국어처럼 관계사가 존재하지 않는 언어 사이의 명백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어떤 연구자들은 wh-요소(즉 관계사)가 없는 관계절의 분석을 wh-요소를 포함하는 관계절과 동일한 방식으로 시도하고 있다(예를 들면 김영화(2012), 양동휘(1987), Hong S.-S.(1985)). 따라서 이러한 분석들은 국어의 관계절도 이동 규칙이 적용되어 선행사인 외부 명사구의 대용요소에 해당하는 무형 운용자와 이들과 동지표를 가지고 따라서 변항으로 간주되는 흔적을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분석들과는 반대로 국어의 관계절은 이동도 ‘운용자-변항’의 관계도 내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게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분석의 결과는 이동도 운용자-변항의 관계도 없으므로 국어의 관계절이 외부 명사구와 동지표를 가지는 요소를 포함하지 않을 수 있는 현상도 설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1Chomsky(1981) 등 지배결속이론에서는 본고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처럼 관계절 내부에 흔적을 남기고 Spec CP로 wh-이동하는 현상으로 관계절 도출을 설명한다. 이후 Kayne(1994) 등에서는 관계절 내부에 직접 투사된 핵명사가 관계절 밖의 자리로 인상 이동되는 것으로 분석하며, Chomsky(2000)와 Husley & Sauerland(2009) 등 최소주의 이론에서는 관계절 내부의 핵명사가 관계절 외부의 핵명사와 연쇄를 이루고 구성성분 상의 합치 현상에 따라 내부의 핵명사가 음운론적으로 생략되는 것으로 분석한다. 이와 같은 생성문법의 다양한 분석은 모두 이동을 전제로 하거나 관계화된 위치와 관계사 혹은 외부명사와의 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어 기본적으로는 이동에 의한 분석의 서로 다른 변이 형태로 간주할 수 있다.

    Ⅱ. 국어 관계절과 이동 현상의 유무

    국어의 관계절에는 관계사가 없다. 다시 말해 이는 국어 관계절의 문장 도입소 자리에 음성적으로 실현된 wh-단어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관계사의 부재는 국어 관계절에는 영어에서 가정하는 이동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 지표로 간주될 수도 있다. 그러나 COMP에 wh-단어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이동 규칙이 배제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음성적으로는 실현되지 않지만 비가시적 요소인 공범주의 이동과 그 이동으로 인한 또 다른 공범주인 흔적을 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Chomsky(1982, 1986)는 다음 예문과 같이 어휘적 wh-요소가 나타나지 않는 영어의 관계절을 설명하기 위하여 추상적 운용자의 이동을 가정하는 분석을 제안하고 있다.

    Chomsky(1982, 1986)에 따르면 예문 (2)의 통사구조는 다음의 구조가 보여 주는 것처럼 “공운용자(Null Operator:구조 속에서는 O로 표시)”를 포함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분석에서는 두 개의 무형 요소가 있다고 가정하는데 하나는 COMP에 있는 추상적 요소인 공운용자이며 다른 하나는 이 공운용자의 이동에 의해 남겨진 흔적이다.

    따라서 국어의 관계절처럼 관계대명사가 없는 관계절의 분석은 이론적으로 두 가지 가능성이 주어진다. 하나는 국어 관계절이 자신이 있던 자리에 흔적을 남기고 이동하는 추상적 요소의 존재를 가정하여 관계절이 이동을 내포한다는 분석이며, 다른 하나는 국어 관계절이 이동을 전혀 포함하지 않는다고 분석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편의상 첫 번째 가정을 ‘이동 가정’이라 부르고 두 번째 가정을 ‘무이동 가정’으로 부르기로 한다. 국어의 관계절 분석에 있어서 통사적 이동과 관계된 이상의 두 가정이 있을 수 있으므로 본 절에서는 국어의 관계절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어떤 가정이 더 나은지 살펴볼 것이다. 이처럼 국어 관계절이 통사적 이동을 내포하는지 아닌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통사적 이동에 관여하는 제약들을 사용하여 국어의 자료들을 살펴볼 것이다.

       1. 통사적 이동에 관한 제약

    통사적 이동 규칙에 직접 관련되는 제약으로는 이동한 요소에 해당하는 선행사와 그 요소의 흔적이 떨어져 있을 수 있는 가능한 거리에 대한 제약이 있다. 특히 영어의 wh-구문에 대한 연구인 Chomsky(1977)은 wh-이동 규칙에 관한 제약을 포함한 다음과 같은 통사적인 특성을 관찰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2)

    그런데 외현적으로 실현된 wh-요소가 아닌 공운용자를 포함하는 다음의 영어 관계절도 상기에 제시된 wh-이동의 특성을 나타내고, 따라서 음성적 실현이 결여된 공운용자의 통사적 이동이 있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상기 예에서처럼 명시적인 wh-요소가 없는 경우에도 공운용자의 이동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으므로 다음에서는 이와 같은 wh-이동에 관한 특성을 통하여 국어의 관계절이 통사적 이동을 포함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2. 국어 관계절과 하위인접조건

    상기 (5a) 예문에서처럼 국어의 관계절에서도 관계절 내에 있는 무형 요소와 이 무형 요소의 선행사(가정에 따라서는 COMP에 있는 추상적 공운용자 혹은 외부 명사구) 사이의 관계는 무한계이다.

    그러나 국어의 관계절 내 무형 요소와 그 선행사 사이의 관계는 wh-이동의 특성인 복합명사구제약도 wh-섬제약도 따르지 않는다. 다음 예문은 관계절 내의 종속절이 (7a)에서는 관계절이고, (7b)에서는 동격절(명사보어절)인 복합명사구에 해당하는 예이다.

    ‘이동 가정’ 하에서 상기 예문의 구조는 대략 다음과 같다.

    다음 예는 관계절 내의 종속절이 의문문인 wh-섬 구성에 해당하는 예문이다.

    ‘이동 가정’ 하에서 예문 (9)의 구조는 대략 다음과 같다.

    예문 (7)의 국어 관계절이 문법적인 사실은 국어 관계절에서 무형 요소와 그것의 선행사 사이의 관계는 복합 명사구제약에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만약 국어 관계절 통사적 이동을 내포한다면 이들 예문은 영어 예문 (5b)에서처럼 복합명사구제약에 따라 비문법적인 문장이 되어야할 것이다. 예문 (7)은 국어 관계절이 이처럼 복합명사구제약을 어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예문 (9)의 국어 관계절이 문법적인 사실은 관계절의 무형 요소와 그것의 선행사 사이의 관계가 wh-섬제약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데, 이는 국어 관계절이 wh-이동을 내포하고 있다면 모순되는 현상이다.

    상기의 하위인접조건과 관계된 이러한 관찰로부터 국어의 관계절 분석에 있어서는 ‘이동 가정’은 부적절한 것으로 결론 내릴 수 있다.

    2Chomsky(1981)는 통사적 이동에 관한 여러 가지 제약(예를 들면, wh-섬제약, 복합명사구제약, 주어제약 등)을 한꺼번에 묶어 보다 일반적인 원리인 ‘하위인접조건(Subjacency Condition)’으로 형식화하고 있다. 즉, 하위인접조건은 이동시 이동하는 요소가 한 번에 너무 멀리 이동할 수 없는데, 이때 ‘너무 멀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기 위해 한계교점을 두 개 이상 한 번에 넘어서 이동할 수 없다는 제약이다. (i) 하위인접조건 A와 B가 한계교점인 경우 ... X ... [A ... [B ... Y ...] ... ] ... X ... 와 같은 구조에서 어떠한 규칙도 X와 Y를 관련시킬 수 없다.

    Ⅲ. ‘운용자-변항’ 관계와 ‘주제-평언’ 관계

    상기에서 국어 관계절이 통사적 이동을 내포한다는 가정은 정당화될 수 없음을 살펴보았다. 따라서 관계절 내부에 무형 요소가 존재한다 하더 라도 이 요소는 흔적으로 간주될 수 없다. 그러나 관계절이 이동을 내포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러한 사실로부터 관계절이 변항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왜냐하면 Koopman & Sportiche(1982)가 보여 주듯이 어떤 언어에서는 비록 그 언어의 관계절이 이동규칙을 내포하 지 않더라도 외부 명사구와 동지표를 가지는 어휘적 대명사가 변항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어는 무형 대명사(Null Pronoun)를 가질 수 있 고,3) 어떠한 문법적 원리도 관계절에 운용자를 필수적으로 강요하지 않으므로 국어 관계절의 분석에는 다음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가) 국어 관계절은 변항을 포함한다는 분석으로, 기저에서 COMP에 생성된 추상적 운용자인 공운용자와 ‘운용자-변항(Operator-Variable)’ 관계를 가지는 변항, 혹은 Vergnaud(1985)에서처럼 관계화된 위치에 대해 비논항-결속자 역할 을 하는 외부 명사구와 운용자-변항 관계를 가지는 변항을 포함하고 있 는 가정과 (나) 국어 관계절은 변항을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만약 외부 명사구와 동지표를 가지는 무형 요소나 어휘적 대명사가 관계절 내에 있 다면 이들은 외부 명사구와 직접적인 대용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가정 이다. 따라서 본 절에서는 국어 관계절이 ‘운용자-변항’ 관계를 내포하 는지 아닌지를 살펴보게 될 것이다. 국어 자료의 검토는 국어 관계절의 외부 명사구와 동지표를 가지는 무형 요소나 어휘적 대명사는 변항으로 서의 통사적 행태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주제-평언(Topic-Comment)’ 관 계를 명시화하기 위해 선행사와 대용관계를 맺고 있는 대용 형태로 간주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할 것이다.

       1. 변항의 분포에 대한 제약

    Chomsky(1981, 1982)의 변항에 대한 통사적 정의는 비논항 위치 (A'-position)에 있는 요소에 의해 결속되어 있는 논항 위치(A-position)를 차 지하고 있는 공범주로 그 정의는 다음과 같다.4)

    wh-요소의 이동에 의해 남겨진 흔적은 (11)에 정의되어 있는 변항의 조건을 만족시킨다.

    이러한 변항의 개념은 고유한 분포적 특성을 가지는 요소들의 부류를 정의하는데 개입되는 통사적 개념으로, 비논항-결속 관계를 제외하고도 적어도 (11)에 정의된 변항에 고유한 두 가지 통사적 특성을 관찰할 수 있는데, 이러한 두 가지 특성은 약교차 현상(week cross-over phenommenon)과 강교차 현상(strong cross-over phenommenon)이다.

    Chomsky(1976)은 다음 예문이 보여 주는 약교차 현상이 (11)에 정의된 변항의 독특한 특성임을 관찰하고 있다.

    상기 예문에서 소유형용사 his는 (13a)에서는 문두에 있는 의문사 who 에, (13b)에서는 양화 표현 everyone에 결속되어 이들과 동일한 사람으로 해석되는 것이 어렵다.5)

    통사적 변항의 또 다른 분포적 특성은 강교차 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다음의 예는 강교차 현상을 보여 주는 예문이다.

    강교차 현상은 상기 예문 (14a, 14c, 14d)에서처럼 wh-요소에 결속된 대명사 hei가 변항인 흔적 ti를 논항-결속하고 있거나 (13b)처럼 hei가 양 화사의 흔적을 논항-결속하는 문맥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구조를 가지는 문장은 모두 비문법적인 문장이다.6)

    다음에서는 변항의 이러한 통사적 특성에 의거하여 국어 관계절이 ‘운용자-변항’ 관계를 내포하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2. 약교차 현상

    상기의 (11)의 변항에 대한 정의와 추상적 혹은 어휘적 운용자가 COMP에 기저 생성될 수 있다는 가정을 채택하면 다음과 같은 국어 관 계절 (15)의 무형 요소는 변항으로 간주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어 관계절에서의 변항의 존재를 상기의 변항에 대한 정의 (11)로부터 확인할 수는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는 국어의 관계절 에 이 무형 요소를 비논항-결속하는 추상적 운용자가 존재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며, 또한 외부 명사구가 관계화된 위치에 대해 비논항-결속 자가 될 수 있는 것은 변항이 관계절 내에 존재할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 다. 따라서 국어 관계절이 ‘운용자-변항’ 관계를 내포하는지를 알기 위 해서는 우선 변항의 존재를 확인해야 하고, 이러한 확인 작업은 비논항- 결속자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변항의 정의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국어 관계절의 무형 요소가 상기에서 살펴본 변항의 분포적 특성 인 약교차 현상과 강교차 현상을 나타내고 있는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우선 약교차 현상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비록 약교차 현상이 통사적 변 항의 고유한 특성으로 간주될 수 있다 하더라도, 의문문과는 달리 관계절 의 wh-흔적은 약교차 현상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관찰할 수 있 다. 예를 들어 다음 예문을 살펴보자.

    약교차 현상이 예측하는 것과는 반대로 (16)은 관계사 whomi과 소유사 hisi 그리고 관계사의 흔적 ti가 공지적인 해석을 가질 때에도 완전히 문법 적인 문장이다. 그러나 Chomsky(1982)는 예문 (16)과 같은 관계절에서는 직접적으로 약교차 현상을 관찰할 수 없는데 이는 논리형태 이후에 주술 관계 규칙(Predication Rule)이 개입한다는 사실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상기 예문 (16)에서 소유형용사 hisi는 흔적 ti처럼 관계대명사 whomi에 비 논항-결속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그럴 경우 약교차 현상의 문맥 이 된다. 그러나 관계절이 선행사와 주술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 다면 예문 (16)은 논리형태에서 (17)의 구조를 가질 수도 있다.

    이어서 주술관계 규칙이 논리형태 이후에 다음과 같은 해석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논리형태 이후에 나타나는 (18)의 구조는 의도된 해석을 얻게 한다. 그런데 약교차 현상은 논리형태에서 적용되는 제약으로 (17)의 구조에 적용 되고 따라서 이 구조는 약교차 현상의 문맥이 아니다. 그러나 주술관계 규칙이 논리형태 이후에 관계절과 선행사 사이에 적용되어 관계대명사 및 소유형용사가 외부 명사구와 동지표를 가지게 되어 해석상 약교차 현 상을 없애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관계절 내의 무형 요 소가 약교차 현상과 관련하여 변항으로 작용하는지 아닌지를 약교차 현 상의 유무에 의해 결정할 수 없다. 이처럼 약교차 현상, 특히 약교차 현 상의 부재는 관계절 내의 변항의 존재 유무를 결정하는 데 불충분하다. 만약 관계절 내의 변항의 존재를 입증하는 증거가 없다면 관계절에 기저 생성된 공운용자가 있다는 가정도 지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게 된다. 이 처럼 다음 예문 (19)가 보여 주는 것처럼 국어 관계절에 있어서 약교차 현상의 부재는 국어 관계절이 “운용자-변항” 관계를 내포하는지의 여부에 대해 아무런 대답도 제공하지 못한다.

       3. 강교차 현상

    지금부터는 국어 관계절에 있어서의 강교차 현상을 살펴보도록 하자. 언뜻 보기에는 국어 관계절의 무형 요소가 강교차 현상을 나타내는 것 같아 보인다.

    예문 (20 a, b)는 변항인 무형 요소가 논항 위치에 있는 대명사 ‘그’에 의해 결속되어 있기 때문에 강교차 현상에 해당하여 비문법적이라고 주 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국어 관계절의 무형 요소는 강교차 현상 에 대하여 변항처럼 행동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시기상조이다. 왜냐하면 예문 (20 a, b)의 비문법성은 다음 예문이 보여 주는 것처럼 외부 명사구에 인접한(다시 말해 외부 명사구에 직접 종속된 종속절에 있는) 어휘적 명사구의 존재에 기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어 관계절의 무형 요소는 변항이 가지는 지시적 표현의 특성과 는 반대로 논항 위치에 있는 다른 어휘적 대명사에 의해 결속될 수 있다.

    상기 예문 (22)는 문법적이다. 만약 국어에서 관계절의 무형 요소가 변 항이라면 이 예문들의 S-구조 혹은 논리형태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만약 상기 구조에서 관계절 내의 무형 요소가 변항이라면 결속원리 C 에 따라 어떠한 요소에 의해서도 논항-결속되어서는 안 되는데, 그 무형 요소는 어휘적 대명사인 ‘그’에 논항-결속되어 있으므로 결속원리 C를 위반하게 되어 영어의 다음 예문 (24a)나 (25a)처럼 비문법적인 문장이 되 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어 관계절 (22)의 경우는 영어와는 달리 문법적인 문장이다. 이처럼 국어 관계절에 나타나는 무형 요소는 강교차 현상에 비추어 볼 때 변항의 행태를 가지고 있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국어의 관 계절은 어떤 변항도 포함하고 있지 않으므로 국어 관계절이 ‘운용자-변 항’ 관계를 내포하고 있다는 가정은 채택될 수 없다. 이러한 결론을 반박 하고 국어 관계절에 변항의 존재를 주장하기 위해 예문 (22)에서 변항은 무형 요소가 아니라 Koopman & Sportiche(1982)의 변항에 대한 정의에서 처럼 어휘적 대명사인 ‘그’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어휘적 대명사를 포함하지 않는 관계절인 (15)의 경우 문제가 생 긴다. 이러한 주장에 의하면 예문 (21)에서는 변항으로 간주될 수 있는 어휘적 대명사가 없으므로 추상적 운용자가 어떠한 변항도 결속하고 있 지 않으므로 비문법적인 문장이 되어야 하나, 실제 예문 (15)는 그와는 반대로 문법적인 문장이다. 어휘적 대명사가 관계절 내에 있는 경우에도 문제가 있다. 예문 (21b, d)의 경우 관계절이 변항으로 간주되는 어휘적 대명사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추상적 운용자 혹은 외부 명사구가 하나의 변항을 결속하고 있으므로 이 문장들은 문법적이어야 하는데, 이들 예문 은 반대로 비문법적인 문장이다. 더구나 국어 관계절의 어휘적 대명사는 강교차 현상을 나타내지 않는다.

    만약 국어 관계절에서 어휘적 대명사가 변항이라면 상기 예문에서 첫 번째 ‘그’는 두 번째 ‘그’ 혹은 무형 요소에 의해 논항-결속되어 있으므 로 이 예문은 비문법적이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문법적인 문장이다. 이는 어휘적 대명사도 강교차 현상을 나타내지 않고, 따라서 변항으로 간주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강교차 현상에 대한 검토는 국어 관계절은 변항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시사하며, 따라서 국어 관계절이 ‘운용자-변항’ 관계를 내포하고 있다는 가정은 채택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상에서 약교차 현상과 강교차 현상이라는 변항의 분포적 특성을 통 하여 국어 관계절에 변항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결론을 강요하지 않음을 살펴보았다. 이것은 또한 국어 관계절이 ‘운용자-변항’ 관계를 내포한다 는 가정이 어떠한 구체적 근거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강교차 현상의 부재는 국어 관계절이 변항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 게 한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국어 관계절은 흔적도 변항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가정할 것이며, 국어 관계절에 외부 명사구와 동지표를 가지는 무 형 요소나 어휘적 대명사가 있을 경우 이들 두 요소(외부 명사구와 무형 요 소/어휘적 대명사) 사이의 관계는 ‘운용자-변항’의 관계가 아니라 선행사- 대명사의 관계인 대용 관계라고 가정할 것이다.

       4. ‘무관계화’ 관계절

    만약 관계절이 이동 규칙이나 ‘운용자-변항’ 관계를 내포한다면 관계 절은 반드시 변항의 역할을 하는 (어휘적으로 채워져 있거나 혹은 비어 있는) 관계화된 자리를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관계절이 이동 규 칙도 ‘운용자-변항’ 관계도 내포하고 있지 않다면 관계절이 (구조적 혹 은 해석상의) 다른 원리들을 어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계화된 자리를 포함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국어에서는 실제로 이처럼 어떠한 관계 화된 자리도 포함하지 않는 관계절이 존재한다.

    상기와 같은 관계절에서 외부 명사구는 관계절 내에서 (문장의 주제에 해당하는) “……를 위하여” 혹은 “……에 대하여” 등의 의미를 가지는 수 의적인 문장 보어에 해당하므로 관계화된 자리를 수립하기는 어렵다. 따 라서 외부 명사구는 관계절 내의 구조적 위치와 연결되어 있지 않다. 그 렇지만 예문 (27)은 모두 문법적이다. 이러한 관계절을 ‘무관계화’ 관계절 이라 부르기로 한다.7) 이와 같은 무관계화 관계절은 관계절이 운용자-변 항의 관계를 내포하지 않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구조가 될 수 있 다. 왜냐하면 관계절이 운용자-변항 관계를 내포하지 않을 경우 관계절 의 COMP에 이동에 의하거나 혹은 기저 생성된 운용자를 가정할 필요가 없으므로 외부 명사를 수식하는 종속절이 반드시 변항 역할을 하는 관계 화된 위치를 가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5. ‘주제-평언’ 관계

    만약 관계절이 관계화된 자리에 의해 특징지어지지 않는다면 관계절은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Kuno(1976)의 제안을 따라 본고에서는 관계절을 규정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주제-평언(Topic-Comment)의 의미 관계라고 가 정할 것이다. 따라서 이 주제-평언의 의미 관계는 선행사인 외부 명사구 와 관계절 사이에 유지되는 의미적 제약으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Kuno(1976)는 이러한 의미적 제약을 다음과 같이 형식화하고 있다.8)

    다른 한편 Chomsky(1977)는 주제-평언의 의미 관계가 만족되기 위해 서는 평언에 해당하는 문장 부분이 주제에 해당하는 외부 명사구와 동지 표를 가지는 “열린” 자리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 프랑스어 예문들은 ‘주제-평언’의 의미 관계는 “열린” 자리를 전혀 포함 하고 있지 않는 경우에도 ‘주제-평언’의 의미 관계가 만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9)

    따라서 본고에서는 영어 관계절에서 “열린” 자리가 반드시 있어야 하 는 것은 단지 ‘주제-평언’의 의미 관계만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특히 영어 관계절이 내포하는 ‘운용자-변항’ 관계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으로 가정한다. 또한 본고에서는 외부 명사구와 관계절 사이의 ‘주제- 평언’ 관계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법에 의해 만족될 수 있다고 가정할 것이다.

    우선 ‘주제-평언’의 의미 관계는 선행사-대명사에 의한 대용관계에 의해 명시화될 수 있다. 관계절 내의 변항을 결속하고 있는 wh-요소(즉 관 계대명사)를 선행사인 외부 명사구가 대용적으로 결속하고 있는 영어 예문 (30)이나 관계절 내에 있는 대명사를 외부 명사구가 직접 결속하고 있는 국어 예문 (31)이 그러한 경우이다.

    무형 요소를 포함하는 예문 (32)와 같은 국어 관계절에 관해서는, 국어 관계절이 wh-요소(혹은 공운용자)도 변항도 포함하고 있지 않으므로 상기의 의미적 제약 (28)은 관계절 내부에 있는 외부 명사구와 동지표인 무형 요 소가 외부 명사구에 대용적으로 연결되는 무형 대용요소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관계절 내의 무형 요소를 무형 대용요소로 간주하는 것은 국어에서 논 항 위치에 무형대명사를 가질 수 있는 만큼 더욱 타당한 결론이다.10)

    ‘주제-평언’의 의미 관계를 만족시키는 두 번째 방법은 관계절이 대용적 표현을 포함하고 있지 않더라도 주제와 평언을 구성하고 있는 두 구성 부분(즉 외부 명사구와 관계절)의 전체적 의미 내용이나 화용적 정보에 의해 이러한 의미적 제약이 만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기에서 살펴본 국 어의 무관계화 관계절인 예문 (27)은 이러한 경우를 보여 주는 예문이다.

    3전경준(2013)에서는 국어의 목적어 생략현상은 생성문법에서 가정하는 공범주가 아닌 다른 유형의 무형 요소로, 그 분포와 해석이 문장 문법 차원을 넘어서는 일종의 구조적 생략에 해당하는 무형 대명사로 간주해야함을 보여 주고 있다.  4Chomsky(1981:185) α is a variable if and only if (i) α = [NPe] (ii) α is in an A-position (iii) there is a β that locally A'-binds α  5예문 (13)에서 지표로 주어진 해석은 논리형태(LF)에서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가질 것이다. (i) a. whoi [ hisi mother see xi ] b. everyonei [ hisi mother saw xi ] 다른 한편 Koopman & Sportiche(1982)는 서부 아프리카의 언어인 바타(vata)의 회생 대명사(Resumptive Pronoun)도 비록 공범주는 아니지만 약교차 현상을 보이므로 이러한 회생대명사도 변항이 될 수 있다고 가정하여 변항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ii) α는 다음과 같을 경우 변항이다. (가) α는 논항위치를 차지한다. (나) α는 국부적으로 비논항-결속되어 있다. 이러한 정의로부터 약교차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양립원리(Bijection Principle)를 제시한다. (iii) 양립원리(Bijection Principle) 각 운용자는 오직 하나의 변항만을 비논항-결속하고, 각 변항은 오직 하나의 운용자에게 비논항-결속되어야 한다. 상기에 제시된 양립원리에 의하면 약교차 현상에 따른 예문 (13)의 지표로 표시된 해석의 어려움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 변항의 정의 (ii)를 채택하면 논리형태 구조에서 (13a)의 who와 (13b)의 everyone은 각 각 두개의 변항, 즉 흔적과 소유형용사를 국부적으로 비논항-결속하고 있으므로 양립원리를 어기는 것이고, 따라서 해석의 어려움은 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6지배-결속이론에서 이러한 예문 (14)의 비문법성은 결속이론(Binding Theory)의 결속원리 C의 위배에 기인하는 것이다. 결속이론에서 변항은 일반 어휘적 명사구처럼 다음의 결속원리 C를 따르는 지시적 표현(referring expression)에 속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i) 결속원리 C:지시적 표현은 자유롭다(A referring expression is free). 결속원리 C에 의하면 지시적 표현은 문장 내의 다른 요소에 의해 결속되어서는 안되는데, 예문 (14)의 경우 지시적 표현인 흔적(변항)이 문장 내의 다른 요소인 대명사 he에 의해 결속되어 있으므로 결속원리 C를 위반하여 비문법적인 문장이 된다. 이처럼 강교차 현상은 변항이 다른 공범주들과는 달리 지시적 표현의 범주에 속한다는 특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변항의 특징으로 간주할 수 있다.  7임지룡 외(2010), 남기심‧고영근(2011) 등을 포함하여 많은 국어 문법서에서는 관계절은 관형절에 속하는 안긴 문장으로, 관형절에는 관계 관형절과 동격 관형절로 나누고 있으며, 본고의 관계절은 관계 관형절에 속한다. 그런데 관계 관형절과 동격 관형절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관계 관형절이 임의적인 수식 성분이라면, 동격 관형절은 필수적인 성분이라는 점이다. 이 같은 분류에 따르면 여기에서 논의되는 무관계화 관계절은 관계 관형절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해야 할 것이다.  8Kuno (1976, p.420) The Thematic Constraint on Relative Clause: A relative clause must be a statement about its head noun.  9Godard(1988)이 관찰하는 것처럼, 프랑스어 표현 ‘pour ce qui est de ~(~에 관해서)’ 는 주제를 명시적으로 표시하는 표현으로, 이에 의해 주제가 명시화된 예문(29)처럼 주제에 해당하는 열린 자리가 평언에 없어도 주제-평언 관계가 유지됨을 알 수 있다.  10국어에서의 무형 대명사(null pronoun)는 생성문법에서 논의되는 공범주와는 다른 어휘적 대명사와 동일한 속성을 가지는 무형 대용요소로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전경준(2013)을 참조.

    Ⅳ. 국어 관계절과 무형 대명사

       1. 무형 요소와 무형 대명사

    앞선 논의에서 국어 관계절은 통사적 이동도 ‘운용자-변항’ 관계도 내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국어 관계절은 관계화된 자리에 해당하는 빈자리를 포함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관계절에 나타나는 외부 명사구와 동지표를 가지는 빈 자리에 해당하는 무형 요소가 어떤 범주에 해당하는지를 밝혀야 할 것이 다. 생성문법의 틀 속에서는 빈자리를 wh-흔적(변항), NP-흔적, pro, PRO 의 네 종류의 공범주로 분류하고 있다. 국어 관계절에 나타나는 무형 요 소는 이들 가운데 wh-흔적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살펴보았다. 이 무 형 요소는 최소 지배 범주인 최소절 내에서 논항 위치에 있는 선행사에 의해 결속될 수 없으므로 또한 NP-흔적도 될 수 없다. 그리고 지배되는 위치에 있으므로 PRO로 간주될 수도 없다. 이 무형 요소는 pro로도 확인 될 수 없는데, 이는 pro의 출현에 필요한 일치 등과 같은 풍부한 문법적 자질과 관계를 맺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어 관계절의 무형 요소는 생성문법에서 가정하고 있는 그 어떤 공범주에도 속할 수 없다. 따 라서 본고에서는 국어 관계절의 무형 요소를 Zribi-Hertz(1986)에서 제안 하고 있는 구조적 생략에 한 종류에 해당하는 무형 대명사(null pronoun)로 간주할 것이다.11) Zribi-Hertz(1986)에 의하면 구조적 생략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닌다.

    또한 전경준(2013)에서는 구조적 생략의 출현 조건인 잉여적 문맥을 무형 대명사에 초점을 맞추어 다음과 같은 ‘무형 대명사 해석 원리’를 제안 한다.

    이 원리에서 무표적 해석이란 주어진 문맥에서 지표 i로 해석하는 것이 그와 다른 해석, 즉 지표 j나 지표 k로 해석되는 것보다 더 높은 개연성 을 가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대명사의 선행사는 그 대명사를 성분지휘하 는 구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자연스러운 해석으로 무표적이다. 그 런데 다음 예문 (35a)에서 3인칭 대명사 ‘그’는 자신을 성분지휘하는 선 행사인 ‘철수의 동생’으로 해석될 수도 있고, 자신을 성분지휘하지않는 ‘철수’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는 어휘적 대명사의 경우 그 해석에 여러 가능성이 있을 때 반드시 무표적 해석이 요구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와는 달리 예문 (35b)에서 무형 대명사는 자신을 성분지휘하는 ‘철수의 동생’이 선행사가 되는 것은 가능하나, 자신을 성분지휘하지 않는 ‘철수’ 가 선행사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처럼 어휘적 대명사와는 달리 일 종의 구조적 생략인 무형 대명사는 가능한 여러 해석 가운데 개연성이 가장 큰 무표적 해석만이 가능하다.

    그런데 국어 관계절의 무형 요소를 무형 대명사로 가정하면 관계절 내의 무형 요소도 상기의 무형 대명사 해석 원리 (34)를 준수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국어 관계절은 외부 명사구가 관계절을 성분지휘하고 있으므로, 관계절 내의 모든 요소들도 성분지휘하게 되고, 따라서 관계절 내의 무형 요소가 관계절의 선행사를 대용하는 경우 무표적 해석이므로 무형 대명사 해석 원리를 만족시킨다. 따라서 국어 관계절의 무형 요소를 무형 대명사로 간주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12) 그런데 국어 관계절의 무형 요소를 무형 대명사로 간주할 때 제기될 수 있는 문제점은 무형 대명사는 일종의 구조적 생략 현상으로 정의되므로 무형 대명사는 항상 어휘적 대명사로 대체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관계절의 경우 무형 대명사가 어휘적 대명사와 교체될 수 있는 경우(예문 (36))가 있는가 하면, 또 어떤 문맥에서는 무형 대명사가 어휘적 대명사와 자유롭게 대체될 수 없는 경우(예문 (37))도 있다.

    예문 (37)과 동일한 구조적 문맥에서도 어휘적 대명사가 항상 배제되는 것은 아니고 관계화된 요소가 강조의 해석을 가질 때는 동일한 구조에 어휘적 대명사를 가질 수 있음을 지적하자.

    이러한 상황은 담화적 원리에 지배되는 무형 대명사가 어떤 문맥 속에서는 통사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면 무형 대명사의 출현만이 가능한 문맥은 어떤 경우인지 알아보는 문제가 남게 된다. 다음에서는 국어 관계절 내에서 무형 대명사와 어휘적 대명사의 상호 대체 가능성을 살펴보면서 이러한 문제에 대한 설명을 시도할 것이다.

       2. 국어 관계절 내 무형 대명사와 어휘적 대명사의 분포

    상기에서 관찰했듯이 국어 관계절에서 외부 명사구와 동지표를 가지는 어휘적 대명사는 외부 명사구에 바로 인접해 있는 절의 주어나 목적어 자리에 나타날 수 없다. 이 경우 다음 예문이 보여 주는 것처럼 무형 대명사인 무형 요소만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앞의 예문 (38)에서 살펴보았듯이 주어나 직접목적어가 강조의 해석을 가질 때는 그 자리에 어휘적 대명사가 나타날 수 있다. 그 외에도 앞에서 언급한 인접절의 주어나 직접목적어가 아닌 다른 구조적 문맥에서도 외부 명사구와 동지표를 가지는 어휘적 대명사가 사용될 수 있다.13)

    예문 (41)에서 어휘적 대명사는 외부 명사구와 인접한 절에 위치하며 하위범주화에 의한 동사 보어이다. 예문 (42)에서 어휘적 대명사는 (41)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외부 명사구와 인접한 절에 위치하지만 이번에는 하위범주화에 따르는 동사의 필수적인 보어가 아니라 문장보어 혹은 명사 보어 성격을 가지는 임의적 구성 성분이다. 예문 (43)에서 어휘적 대명사는 주어와 직접목적어이지만, 이번에는 외부 명사구와 인접한 절이 아니라 더 깊이 종속된 종속절에 위치하고 있다. 상기의 예문 (41)-(43)에서 물론 어휘적 대명사 대신에 무형 요소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상과 같은 자료는 어휘적 대명사는 강조의 해석을 가지지 않을 경우, 그리고 주격 조사나 목적격 조사처럼 구조적 정보만을 가지는 조사와 함께 나타날 경우 자신을 결속하는 외부 명사구와 너무 가까운 위치에 나타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만약 (가) 구조적 정보만을 가지는 조사(즉 주격, 목적격, 속격 등의 구조적 정보만을 표시하는 격조사)가 구조적 정보와 의미적 정보를 동시에 가지는 조사(처소격, 여격 등의 의미역에 관한 정보도 포함하는 조사)에 비해 무표적이라고 가정하고,14) (나) 문장의 필수적인 위치(즉 주어와 하위범주화에 의해 주어지는 위치)가 수의적인 위치에 비해 무표적이라고 가정하며, (다) 어휘적 대명사의 비강조적 해석이 강조적 해석에 비해 무표적이라고 가정하면, 구조적 정보만을 가지는 격조사를 동반한 어휘적 대명사가 강조의 해석을 가지지 않으면서 문장의 필수적인 자리에 나타날 때는 무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관계절 내에서 무형 대명사와 어휘적 대명사 사이의 분포적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이러한 무표적 출현이라는 개념을 활용하여 다음과 같은 어휘적 대명사의 출현에 대한 제약을 제안한다.15)

    어휘적 대명사 회피원리 (47)은 본 절에서 논의된 모든 자료들을 설명한다. 본 절에서 논의된 자료에서 어휘적 대명사는 외부 명사구에 인접한 절의 주어나 직접목적어 자리에 나타날 수 없는데, 이는 어휘적 대명사가 주제에 해당하는 외부 명사구에 근접 결속되어 있고 또한 그 출현이 무표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휘적 대명사는 외부 명사구와 인접한 절 속에서 주어와 직접목적어가 아닌 다른 자리에는 나타날 수 있다. 즉 예문(41)과 (42a)에서 어휘적 대명사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비록 어휘적 대명사가 외부 명사구에 근접 결속되어 있기는 하지만 함께 쓰이는 조사가 순수한 구조적 정보만을 가지는 격조사가 아니므로 이 때 어휘적 대명사의 출현은 유표적이기 때문이다. (42b)에서의 어휘적 대명사의 출현은 그 대명사가 문장의 필수적인 자리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므로 유표적이 되고 따라서 상기의 어휘적 대명사 회피 원리(47)을 어기지 않는다. 예문 (43)에서도 어휘적 대명사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이들 어휘적 대명사가 비록 그 출현은 무표적이더라도 외부 명사구에 의해 근접 결속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휘적 대명사가 강조의 의미를 가질 때는 예문 (38)에서처럼 외부 명사구에 인접한 절의 주어나 직접목적어 자리에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어휘적 대명사가 강조의 의미를 가질 때는 그 출현이 유표적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무형 대명사만이 가능한 문맥은 구조적 특성과 의미적 특성을 동시에 문제시하는 어휘적 대명사 회피 원리 (47)에 의해 결정된다.

    11전경준(2013)은 국어의 목적어 생략현상을 생성문법의 공범주와는 다른 구조적 생략의 한 형태인 무형 대명사로 분석한다. 무형 대명사는 어휘적 대명사와 같은 대용 요소이기는 하지만 분포가 어휘적 대명사와 차이가 있음을 관찰하고, 무형 대명사의 분포는 부분적으로는 담화적 원리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12뿐만 아니라 무형 대명사의 무표적 해석과 관련하여 전경준(2013)은 대명사적 요소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문장의 주제를 대용하는 것이라는 Reinhart(1983)을 비롯하여 많은 언어학자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주제-대명사 관계’에 대한 다음과 같은 가정도 제시하고 있다. (i) 대명사적 요소가 문장의 주제에 해당할 때 (즉 문장의 주제가 선행사로 해석될 때) 그 대명사적 요소의 해석은 무표적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관계절의 선행사인 외부 명사구와 관계절은 ‘주제-평언’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상기 가정(i)에 의해서도 관계절 내의 무형 요소가 선행사인 외부 명사구로 해석될 때 무표적 해석이 된다.  13예문 (41)과 (42)는 논평자가 지적하듯이 어색한 문장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완전히 비문법적인 문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와 같은 점은 바로 다음에 제시하는 ‘어휘적 대명사 회피 원리’에 따르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14고영근‧구본관(2008, 186쪽)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조사의 종류를 구분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격조사를 구조격(혹은 문법격)조사와 의미격(혹은 사격, 어휘격, 내재격, 고유격)조사로 나누기도 한다. 구조격(structural case)조사는 주격조사, 관형격조사, 목적격조사처럼 아무런 의미가 없이 통사적인 구조에 의해 구조적으로 주어지는 문법적인 표지다. 의미격 조사는 자체의 고유한 의미를 가지는 부류들이다. 구조격조사는 어휘적 의미를 가지지 않으며 통사적인 구조에 의해 주어지므로 생략이 쉽지만 의미격조사는 고유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생략이 어렵다.”  15이러한 제약은 비단 관계절에만 유효한 것이 아니라 주제가 평언을 성분지휘하는 모든 구조적 문맥에 적용된다. (i) a. 그 사람i은 영희가 __i 미워한다. b. ?*그 사람i은 영희가 그i를 미워한다.

    V. 결론

    이상에서 본고는 국어 관계절이 통사적 이동 규칙도 ‘운용자-변항’ 관계도 내포하지 않음을 보여 주었다. 국어 관계절을 특징짓는 것은 무엇보다도 ‘주제-평언’ 관계이다. 또한 본고에서는 ‘주제-평언’ 관계는 대용 관계에 의해 만족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제와 평언에 해당하는 두 구성 부분의 의미적 혹은 화용적 관계에 의해서도 만족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점은 외부 명사구와 동지표를 가지는 관계화된 자리가 없는 ‘무관계화’ 관계절을 가질 수 있게 한다.

    다른 한편으로, 국어 관계절에서 외부 명사구와 동지표를 가지는 대용 요소는 어휘적 대명사일 수도 있고 무형 요소일 수도 있음을 살펴보았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관계절의 무형 요소를 구조적 생략의 한 유형인 무형 대명사로 간주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관계절에서의 무형 대명사와 어휘적 대명사의 대체 가능성은 구조적 생략이 나타나는 다른 문맥의 경우와는 달리 부분적으로는 구조적인 제약을 가진다는 것을 살펴보았으며, 이를 형식화하여 어휘적 대명사 회피 원리 (47)을 제안하였다. 이는 담화적 현상인 무형 대명사가 어떤 문맥에서는 부분적으로는 통사적 성격을 가지게 되는데, 이러한 부분적인 통사화는 주제가 자신의 평언과 구조적인 관계를 맺으면서(즉 같은 문장 내에 나타나면서) 동지표를 가지는 대용 요소가 구조적으로 주제와 매우 인접해 있다는 사실과 연관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 논문은 2014년 7월 30일 접수하여 2014년 9월 17일 논문 심사를 완료하고 2014년 9월 22일에 게재를 확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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