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언어 교실에서 학습자 모국어의 효용* -협동적 과제 수행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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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Ryoo, Hye Jin. 2015. The efficacy of learners’ first language in the collaborative interactions of the Korean Classrooms. Journal of Korean Language Education 26-2: 69-95. The use of the first language (L1) in the second language (L2) classroom remains a controversial issue in communicative language teaching approaches. Although the first language has been widely used as a cognitive or communicative tool in the second language classroom interaction, its importance or function has been rather ignored or undervalued or even sanctioned in the discussion. This study aims to find a way to utilize or foster the first language by affirmatively understanding its existence and efficacy. It is hoped to enable learners’ merit of using the first language to be optimized by investigating the purpose and context of the first language use in language learning. The experiment shows that the use of first language has been decreased in higher level interactions and cognitively less demanding tasks and the purpose and aspects of the first language use varies depending on the characteristics of tasks given to students. This study will conclude that the first language plays a role as an tool for learning not an obstacle in the second language classroom and be followed by investigating its pedagogical implications.

  • KEYWORD

    제2 언어 습득 , 학습자 모국어 , 상호 작용 , 한국어 교육

  • 1. 서론

    제2 언어 습득 이론은 언어 지식을 재구조화하는 학습자의 인지 과정과 습득을 유도하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는 학습자들 간의 상호 작용에 특별한 관심을 두고 있다. 학습자의 인지 과정, 즉 학습자의 머릿속에서 분명히 발생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습득과 내재화의 과정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학습자가 자신의 머릿속에서 형성 중인 불확실한 가설을 표현하고 그것을 동료 학습자들과의 상호 작용을 거쳐 수정, 보완하고 내재화하는 과정을 서로 나눠 볼 수 있게 하는 ‘도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교실 안 상호 작용을 용이하게 하고 학습자의 인지 과정을 부분적으로나마 가시화할 수 있는 ‘도구’가 있다면, 그것의 성격과 사용되는 양상, 사용 목적, 활용 방법 등을 면밀히 연구하는 것은 교사의 입장에서 학습에 필요한 입력과 과제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습득과 상호 작용 이론에 기반을 두고 언어 학습을 용이하게 하는 방안이나 ‘도구’에 대한 연구들이 이론적으로나 방법론적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져 왔다.

    이 연구에서 다루고자 하는 학습자 모국어 역시 습득의 관점에서 볼 때 학습자의 인지 과정을 드러냄으로써 학습자 간의 상호 작용에 필요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인지적 기능도 수행하는 사회언어학적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제2 언어 교육에서, 특히 학습자 모국어를 공유하는 이중 언어 집단을 대상으로 한 교실에서, 학습자들이 자신들의 모국어를 학습의 책략이자, 언어 학습에 필수적인 상호 작용의 주요한 ‘도구’로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 학습자 모국어는 학습자들의 자연 발생적 학습 과정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하고 있고 심지어 언어 학습을 촉진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도구’로서의 학습자 모국어에 대하여 조금은 상반된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목표 언어에 최대한으로 노출하는 교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교사나 학습자가 모두 목표 언어만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의사 소통 중심의 언어 교수에서 학습자 모국어는 습득에 방해가 되는 부정적인 요소로 간주되어 학습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것은 국내외의 한국어 교실에서도 지배적인 교육 원리로 작용하고 있다.

    이 연구는 학습자가 단지 정서적 이유로 학습자 모국어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학습자 모국어가 단순한 번역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 제2 언어의 습득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전면적으로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제2 언어 학습에서 학습자 모국어는 언어 습득을 위한 교실 내 상호 작용에서 인지와 소통의 도구로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와 기능의 부정적인 측면만이 부각되어 그 효용이 부정되거나 논의에서 배제되어 온 부분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그리고 학습자 모국어에 대한 전통적 견해에만 얽매이기보다는 학습의 매개 역할을 하는 기호학적 도구로서의 학습자 모국어의 존재와 효용을 보다 적극적으로 이해해 보고자 한다.

    따라서 이 연구는 학습자 모국어가 학습의 책략이자 도구로서 활용되는 실제 환경을 대상으로 그것이 사용되는 양상을 분석해 봄으로써 언어 학습에서 학습자 모국어의 효용을 이해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서 학습자들이 자신들의 모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되어 있는 교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 대상이 된 교실은 싱가포르의 한 대학교 한국어 과정으로 동일한 모국어를 사용하며 자신의 모국어를 학습에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사용할 수 있는 성인학습자들과 그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교사로 구성된 한국어 교실이다. 이 연구에서 진행된 실험에서는 과제의 인지적 요구를 해결하기 위하여 모국어가 학습 도구로서 사용되는 다양한 양상들을 실험을 통하여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분석하였다.

    동일 모국어를 사용하는 집단의 언어 습득에서 학습자들이 학습자 모국어를 어떤 맥락에서 왜 사용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언어 학습에서 학습자 모국어가 가지는 일반적 효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고 나아가 제2 언어 교육을 위한 과제 설계에서 학습자 모국어를 보다 균형있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2. 습득의 관점과 사회 언어학적 접근들

    소통과 인지의 도구로서의 학습자 모국어의 기능은 최근에 사회 언어학적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연구되어 왔다. Brooks and Donato(1994)는 언어 학습에서 학습자 모국어를 학습 전략으로 사용할 수 있고 학습자 모국어가 언어 학습에서 메타톡(metatalk)이나 메타인지적(metacognitive)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밝혔으며, De Guerrero and Villamil(1994)는 학습자 모국어를 비계나 내적 발화 등과 함께 협동적 과제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다섯 가지 책략의 하나로 소개하였다.

    제2 언어 학습에서 학습자 모국어의 효용에 대한 직접적이고 본격적인 연구는 Anton and DiCamilla(1999)라고 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학습자 모국어의 효용을 인지적 기능과 사회적 기능으로 나누고 각 기능을 집단적 차원과 개인적 차원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집단적 차원에서 학습자 모국어는 인지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호학적 매개 도구로서 동료 학습자 간에 비계를 형성하여 서로 원활히 협동하여 과제를 수행할 수 있게 한다.1) 개인적 차원에서 학습자 모국어는 제2 언어의 언어 형태에 접근하여 단어 찾기나 텍스트의 의미 이해, 번역 또는 가설 표출을 통해 언어 형태의 적형성을 판단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된다. 학습자 모국어는 제2 언어 학습에서 사회적 소통의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집단적 차원에서는 특히 유창성이 낮은 집단의 학습자들에게 과제의 목표를 명백히 하고 그 진행 범위를 설정하여 효과적인 협력을 통해 상호주관성을 형성할 수 있게 한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학습자가 인지적으로 어려운 과제에 접했을 때 내적 발화(private speech)를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Anton and DiCamilla 1999:237-244)

    Swain and Lapkin(2000)은 학습자 모국어의 기능을 과제 수행과 언어 형태에 대한 접근, 그리고 개인적 상호 관계로 나누었다. 과제 수행은 학습자가 정보를 이해하고 열거하고 그 내용을 규명하는 등의 활동을 통하여 주어진 과제를 진행해 나가는 것을 말하고 언어 형태에 대한 접근은 단어 찾기나 이미 알고 있는 문법적 정보를 사용하여 인지적 문제를 해결하는 등의 활동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개인적 상호 관계는 과제를 벗어나서 학습자 간에 일어날 수 있는 사적인 대화 또는 감정적인 갈등 등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Rod Ellis(2012)는 인지적 도구로서의 학습자 모국어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이나 목표에 대한 상호이해를 돕는 메타인지적 역할을 수행하며, 제한된 제2 언어 자료와 관련된 문제들를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언어 학습에서 학습자 모국어의 효용에 대한 이상의 연구들을 바탕으로 실제 수업 현장에서 그것이 드러나는 양상에 대한 연구들이 최근에 다양한 언어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져 왔다. Anton and DiCamilla(2012)는 스페인어 성인 학습자들로 구성된 초급 집단과 고급 집단에서 동일 과제를 부여받은 학습자들의 모국어 발화량을 비교하었다. 이 연구는 초급 집단과 비교하여 고급 집단에서 학습자 모국어의 빈도가 현저히 감소하였음을 보였고 이를 통하여 언어 학습 현장에서 사고와 인지의 도구로서의 학습자 모국어의 교육적 함의를 논의하였다.

    Rita(2012)는 호주의 한 대학에서 불어와 이탈리아어 초급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는데, 연습 활동과 의사소통 과제를 통한 학습자 간 상호 작용에서 학습자 모국어가 사용되는 양상을 과제 수행, 형태, 의미, 내용의 네 가지 관점에서 정리하였다. 이 연구는 학습자들이 과제의 수행을 위해서는 주로 모국어만을, 학습자들의 언어적 부담이 적고 예측 가능한 형태 중심의 활동에서는 제2 언어를 주로 사용하였음을 밝혔다. 반면 의미 중심의 활동에서는 학습자 모국어와 제2 언어를 섞어서 사용하였고 제2 언어 텍스트에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제2 문화의 양상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도록 한 마지막 과제에서도 학습자들은 모국어만을 사용하였음을 밝혔다.

    이상에서 기술한 연구들은 학습자 모국어가 제2 언어 학습에서 사회적, 인지적 효용을 가진다는 데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실제 수업 현장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서 Anton and DiCamilla(2012)는 학습자의 수준에 따라 Rita(2012)는 주어진 과제의 성격에 따라 학습자 모국어의 사용 빈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기술하였다.

    그러나 이들 연구에서 밝혀진 바가 실제 교육 방안에도 적용될 수 있는 보다 실용적인 접근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습자 모국어가 ‘누가’ 혹은 ‘어떤 과제에서’ 더 많이 혹은 더 적게 사용되는지가 아니라 학습자가 주어진 과제에서 ‘왜’ 자신의 모국어를 선택하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성격의 과제를 부여했을 때 학습자들이 학습자 모국어의 어떤 기능을 어떤 목적으로 주로 사용하는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기술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개별 과제의 다양한 요구를 해결하기 위하여 학습자가 자신의 모국어를 책략으로 사용하는 구체적인 양상을 이해하려는 이러한 시도는 이후에 과제를 설계함에 있어 과제의 인지적 요구와 모국어의 인지적 기능을 효율적으로 조합하여 실제적인 교육방안을 설계하기 위한 기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관점에서 본 연구에서는 동일 모국어를 사용하는 싱가포르의 한국어 학습자 집단을 대상으로 학습자 모국어의 사용 양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먼저 학습자의 모국어의 사용 빈도가 학습 수준별, 과제별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를 분석하고 개별 과제가 요구하는 바를 수행하기 위해서 사용된 학습자 모국어를 기능별로 세분하여 그 효용과 양상을 비교해 보고자 한다. 아울러 모국어 사용에 대한 학습자들의 인식조사를 통하여 실험의 결과들에 대한 정성적 근거도 마련할 것이다.

    1)이에 대하여 1.과제에 참여하고 흥미를 부여함 2.과제를 수행할 책략을 마련 3.과제의 목적에 집중하여 수행하게 함 4.과제의 중요점을 강조함 5.특정 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논의함 6. 처한 문제에 대한 부분적인 해결책을 설명하고 이해함 등의 구체적인 예를 들고 있다. (Anton and DiCamilla 1999:237)

    3. 연구의 목적과 방향

    이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의거하여 실험을 설계하였다.

    질문 1: 일반적으로 학습자의 모국어는 초급 집단에서 사용 빈도가 높고 학습 수준이 높아질수록 학습자 모국어의 사용은 줄어들게 되는데 과연 학습자 모국어 사용의 빈도가 단순히 학습자의 학습 수준만으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는가?

    일반적으로 초급 교실에서는 어휘나 문법 요소의 적형성을 연습하고 판단하는 것이 학습의 주요 목표이므로 반복적으로 이미 연습된 형태를 재활용하는 형태 중심의 연습 활동을 통하여 간단한 규칙을 습득함으로써 완성할 수 있는 과제가 주어진다. 따라서 학습자 간의 상호 작용도 언어의 형태나 기본 의미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순한 의사소통인 경우가 많다. 반면 중, 고급에서는 어휘나 문법 요소뿐만 아니라 맥락 속에서의 의미 또는 화용의 적절성을 규명하는 것이 화두가 되는 경우가 많다. 맥락을 고려한 의미나 화용의 적절성에 대한 규명은 형태 상의 그것에 비하여 더욱 복잡한 인지적 과정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러므로 학습자 간의 상호 작용 또한 맥락 중심의 보다 복잡한 양상을 띠는 의사소통을 요구하게 된다.

    학습 수준이 높아질수록 인지적 요구가 높은 과제가 부여될 수 있고 이에 따른 상호 작용의 양상도 달라진다는 것을 이해할 때, 학습자 모국어가 단순히 학습 수준이 낮은 집단에서 정서적인 이유로 사용된다고 일반화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오히려 학습자 모국어의 사용 양상은 학습자에게 부여된 과제가 가진 인지적 요구가 어떠한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가정을 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질문 1에 대하여 4장에서 이어질 실험은 학습자 모국어 사용의 빈도가 학습자의 수준보다는 과제의 인지적 요구에 의하여 결정되는 양상을 실험을 통하여 확인하고자 한다. 제2 언어로 기초적인 의사소통 과제를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학습 수준을 가진 학습자라 할지라도 인지적 요구가 높은 과제를 부여받았을 때 자신의 인지 과정을 드러내어 동료 학습자들과의 소통함으로써 자신들의 가설을 수정하고 스스로 재구조화할 책략으로 학습자 모국어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질문 2: 같은 학습 수준의 학습자가 성격이 다른 과제를 수행하였을 때 그 빈도와 사용 양상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4장에서 이어질 실험에서는 동일한 수준의 학습자들에게 성격이 다른 협동적 과제를 각각 부여하고 그들이 주어진 과제를 완성하기 위하여 서로 상호 작용을 하는 동안 각 과제의 특성에 따라 학습자의 모국어를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가를 알아보고자 한다. 학습자들이 각각의 과제가 요구하는 영역에 필요한 학습자 모국어의 기능을 활용하는 양상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학습자 모국어의 기능을 그 사용 목적과 맥락을 기준으로 보다 세부적으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학습자의 입장에서 학습자 모국어의 사용 양상에 주목하여 기술하고 있는 Swain and Lapkin(2000)Rod Ellis(2012)의 견해2)들을 참고하여 학습자 모국어의 기능을 재분류하였다.

    먼저 실험에서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학습자들의 상호 작용에서 나타난 구체적인 예들을 중심으로 학습자 모국어의 기능을 언어를 의미와 연결시키기 위해 언어 형태에 접근하는 메타톡(metatalk) 기능과 과제 자체를 수행하기 위해 내용과 과제 수행 과정에 접근하는 메타인지적(metacognitive)적 기능으로 나누었다.

    메타톡 (metatalk)기능은 언어 형태 자체, 구체적으로는 필요한 단어나 문법 항목을 찾는 것, 해당 문법이나 단어의 적형성을 판단하는 것, 단어 자체의 의미뿐만 아니라 맥락 속, 화용적 의미를 이해하는 것 등의 기능들을 포함할 수 있다. 다음은 학습자 모국어가 메타톡 기능을 수행하는 실제 대화의 예를 4장의 실험에서 사용된 전사 자료에서 추출한 것들이다.

    메타인지적(metacognitive) 기능은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발생하는 언어 외적인 기능들을 말하는데 과제 수행 과정 자체에서 일어나는 소통의 문제들, 과제의 내용에 대한 상호이해를 돕는 활동들은 물론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학습자 간의 사회적 관계를 위한 활동까지도 포함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학습자 모국어의 메타인지적 기능은 과제의 내용과 과제의 수행, 그리고 학습자 간의 사회적 관계에 대한 세 가지 범주로 다시 나누어 분류하였다. 구체적인 예로는 과제의 범위를 규명하고 계획하고 통제하는 것, 지시문을 확인하는 것, 그림이나 표, 혹은 텍스트의 형태로 주어진 과제의 내용을 이해하거나 합의를 이루는 것, 주어진 정보를 재배열하거나 순서를 정하는 것, 이외에 개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다음은 학습자 모국어가 메타인지적 기능을 수행하는 실제 대화의 예를 4장의 실험에서 사용된 전사 자료에서 추출한 것들이다.

    이상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학습자 모국어의 기능을 과제에 드러난 구체적 예들을 중심으로 다음과 같은 세부기능들로 묶어 <표 1>과 같이 정리하였다.

    2)2장 5쪽, 6쪽 참조

    4. 실험과 분석

       4.1 실험의 개요

    4.1.1 실험의 대상과 언어

    이 실험은 싱가포르 한 대학교의 한국어 과정에서 80시간을 수강한 16명의 초급 학습자(집단 1)와 150시간을 수강한 16명의 중급 학습자(집단 2)로 구성된 두 집단을 대상으로 하였다. 학습자들의 모국어는 영어이며 교사 역시 영어를 구사할 수 있고 수업 중에는 한국어를 사용하였다. 각 집단에게 성격이 다른 두 가지의 협동적 과제를 부여하고 소그룹으로 나누어 과제를 수행하도록 하였다. 과제에 사용되는 언어는 과제의 인지적 요구를 고려하여 한국어(제2 언어)를 장려하되 영어(학습자 모국어)의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지는 않았다.

    4.1.2 과제의 선정

    학습자 간에 상호 작용에서 사용되는 학습자 모국어의 빈도 및 사용되는 양상을 규명하고자 하는 연구의 목적을 고려하여 다음과 같은 기준에 의거하여 실험에 도입할 과제를 선정하였다. 첫째, 학습자의 상호 작용을 통한 교실 내 의미 협상이 필수적이며 동시에 활발히 일어나도록 유도된 과제이어야 한다. 둘째, 학습자들의 언어적 부담이 적고 예측 가능한 형태 중심의 활동보다는 일정 정도 복잡한 인지 과정을 가지고 학습자 간의 협동 작업을 요구하는 의미 중심의 과제이어야 한다. 셋째, 이해 영역보다는 표현 영역에 중점을 둔 과제이어야 한다. 넷째, 상호 작용의 양상이 뚜렷이 다른 두 과제를 선택한다.

    이상과 같은 기준에서 이 실험에서는 말하기에 중점을 두는 협동적 과제인 직소(jigsaw)와 쓰기에 중점을 두는 협동적 과제인 협동적 글쓰기를 과제로 선정하였다.

    직소(jigsaw) 과제는 학습자들 각자가 숙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면서 과제를 완성하도록 유도된 과제이다. 전문가 집단에서 숙지한 내용을 모집단으로 돌아가서 다른 학습자에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과제의 성격상 상호 작용이 필수적인 과제이다. 또 모든 학습자가 정보를 소유하고, 서로 요청하고 제공하는 과정에서 능동적으로 의미 협상과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협동적 과제이다.

    협동적 글쓰기에서 학습자들은 구성하고자 하는 텍스트의 구조와 내용의 뼈대를 결정하기 위하여 의견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상호 작용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또 단어나 문법의 사용 여부나 문장의 맥락, 문장의 스타일 등도 함께 논의하게 되기 때문에 직소(jigsaw) 과제에 비해서 보다 다양하고 복잡한 인지적 처리 과정을 요구하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직소(jigsaw)에서 대부분의 의미 협상은 어휘와 의미 이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반면 협동적 글쓰기에서는 의미 이해 이외에도 형태 초점(focus on form)에 대한 의미 협상 또한 많이 이루어져야 하는 활동이라는 점이 두 과제의 차이점라고 할 수 있다.

    4.1.3 실험의 구성

    실험은 모두 네 Session으로 구성되었고 실험 과정을 표로 나타내면 <표 2>와 같다.

    학습자 사전 인식 조사: 본 실험에 들어가기 전에 수업 중 사용하는 토론의 매개어에 대한 학습자의 일반적인 인식을 구두 설문을 통하여 조사하였다. 또 한국어로 그룹별 협동 과제를 수행할 때 학습자 각자의 참여도와 이해도, 수행정도도 알아보기 위해서 5점 척도 문항들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다.

    Session 1: 집단 1을 네 개의 소그룹으로 나누어 직소(jigsaw) 과제를 부여하고4) 학습자들로 하여금 동료 학습자들과의 의사소통을 통하여 협동적으로 과제를 수행하도록 하였으며 과제 진행 과정에서 학습자들이 편의에 의해 언어를 선택하도록 하였다. 과제 수행의 전 과정을 녹화하여 전사하였다.

    Session 2: 집단 1을 네 개의 소그룹으로 나누어 다음과 같은 글쓰기 과제를 부여하고 학습자들이 동료 학습자들과의 의사소통을 통하여 협동적 글쓰기를 하도록 하였으며 과제 진행 과정에서 학습자들이 편의에 의해 언어를 선택하도록 하였다. 과제 수행의 전 과정을 녹화하여 전사하였다.

    Session 3: 집단 2을 네 개의 소그룹으로 나누어 Session 1과 같은 직소 과제를 부여하고 학습자들이 동료 학습자들과의 의사소통을 통하여 협동적으로 과제를 수행하도록 하였으며 과제 진행 과정에서 학습자들이 편의에 의해 언어를 선택하도록 하였다. 과제 수행의 전 과정을 녹화하여 전사하였다.

    Session 4: 집단 2을 네 개의 소그룹으로 나누어 Session 2와 같은 텍스트 구성 과제를 부여하고 학습자들이 동료 학습자들과의 의사소통을 통하여 협동적 글쓰기를 하도록 하였으며 과제 진행 과정에서 학습자들이 편의에 의해 언어를 선택하도록 하였다. 과제 수행의 전 과정을 녹화하여 전사하였다.

    학습자 인식 설문 조사: 과제를 수행한 학습자 전원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학습자 간의 토론에 사용하는 데 대한 인식을 조사하기 위하여 5점 척도 문항들로 설문을 제작하였다.

       4.2. 실험 결과와 분석

    4.2.1. 학습의 매개 언어에 대한 학습자 사전 인식 조사

    실험 전 사전 인식 조사에서 이루어진 구두 설문에서 학습자들은 한국어로 수행하는 활동이 학습자 모국어에 비하여 더 흥미롭다고 대답하였고 학습자 대부분이 한국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언어학습에 바람직하다고 믿고 있었다.

    학습자들은 형태를 연습하기 위한 과제에서는 보통 한국어를 사용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거나 토론을 통하여 의견을 나누거나 자신의 유창도에 자신감이 없는 경우에는 학습자 모국어를 주로 사용한다고 대답했다.

    학습자들은 전반적으로 평소 수업 중에 과제를 수행할 때 토론(상호 작용)의 매개어로 학습자 모국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학습자 모국어를 사용했을 때 이해도도 높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표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상호 작용의 매개어로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데 대한 자신의 참여도나 이해도, 적용도 역시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4.2.2 발화량 분석

    이 항에서는 각 Session에서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기 위하여 학습자의 모국어를 사용한 빈도수를 측정하여 학습 수준별, 과제별 발화량을 분석하였다.

    <표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학습자 모국어는 초급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 Session 1과 Session 2에서 각각 39.5%, 61.9%, 중급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 Session 3과 Session 4에서 각각 31.6%, 43.5%의 발화량을 보임으로써 전반적으로 중급에서 학습자 모국어의 사용이 적게 나타났음을 알 수 있었다.

    과제별 발화량을 비교하면 직소 과제를 수행한 Session 1과 Session 3에서는 각각 39.5%, 31.6%, 그리고 텍스트 구성 과제를 수행한 Session 2와 Session 4에서는 각각 61.9%, 43.5%의 발화량을 보여 직소 과제에 비하여 협동적 글쓰기에서 전반적으로 학습자 모국어의 사용이 더 많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은 그림이나 도표가 과제의 틀로 주어지고 학습자들이 그것을 중심으로 문제 해결 방식으로 과제를 수행하는 직소 활동보다 글쓰기의 틀을 학습자들의 의사소통을 통하여 새로 마련하고 계획해야 하고 언어 형태에 대한 의미 협상도 이루어져야 하는 협동적 글쓰기에서 학습자 모국어를 사용하려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양상은 다음 절에서 비교해 볼 것이다.

    한편 학습 수준이 다른 두 집단이 수행한 두 과제인 Session 1와 Session 4의 발화량을 비교하였을 때 각각 39.5%와 43.5%로, Session 4에서 협동적 글쓰기 과제를 수행한 중급 학습자들이 Session 1에서 직소 과제를 수행한 초급 학습자들보다 학습자 모국어를 더 많이 사용하였다. 주목할 만한 큰 차이를 보인 것은 아니지만 학습자 모국어의 발화량이 학습 수준에 의해서 달라지기 보다는 각 과제의 성격과 그 인지적 요구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4.2.3. 학습자 모국어의 사용 양상 비교

    이 항에서는 각 과제의 인지적 요구에 따라 학습자 모국어가 매개 언어로 사용되는 양상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학습 수준별, 과제별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3장의 <표 1>에서 정리한 학습자 모국어의 세부 사용 양상을 중심으로 각 Session을 비교하였다.

    직소 과제에서는 내용에 대한 합의나 토론, 그리고 그림과 텍스트의 형태로 주어진 정보의 내용 이해가 초급과 중급에서 각각 53.0%와 56.1%로 나타나 학습자 모국어의 주된 사용 양상으로 드러났다. 이는 학습자 발화를 전사하는 과정에서도 뚜렷이 드러났는데 학습자 각자가 전문가 집단에서 자신에게 한국어로 주어진 정보를 이해하고 난 후 모집단의 그룹 원들과 정보를 공유, 또는 요청하는 과정에서 학습자 모국어가 특별히 많이 사용되었다. 내용에 대한 합의나 토론, 또는 타 그룹원들에게는 생소한 단어나 문구들을 설명하거나 타 그룹원이 가진 정보를 요청하는 등의 소통의 과정에서 단어 찾기도 session 1에서 11.22%, session 3에서 12.2%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직소(jigsaw) 과제에서 문법 항목의 적형성이나 맥락 내 의미 정의하는 등의 형태에 집중하는 기능에는 학습자 모국어가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이러한 양상은 학습자 수준이 높아진 중급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것은 직소과제가 학습자 모국어의 메타톡 기능보다는 메타인지적 기능을 더 많이 활용한 과제임을 보여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Session 2에서는 단어와 문법 항목 찾기와 문법의 적형성이 각각 30.30% 와 10.34%, 텍스트를 구성할 내용의 합의와 토의가 25.52%로 학습자 모국어의 주된 사용 양상으로 드러났으며 직소 과제에 비하여 학습자 모국어의 메타톡 기능에 더 의존하고 있음을 보이고 있다. 그 다음으로 영상의 형태로 주어진 정보의 내용을 이해하고 텍스트를 구성하기 위한 내용을 결정하고 과제를 진행해 가는 기능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Session 2에 비하여 유창성 정도가 높은 집단을 대상으로 의사소통에 초점을 두는 텍스트 구성 과제를 수행한 Session 4에서도 텍스트를 구성할 내용의 선정과 토의가 38.24%, 비디오 자료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11.40%, 단어와 문법의 적형성이 각각 11.27% 와 8.21%로 나타나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협동적 글쓰기를 초급과 중급반에서 수행한 Session 2와 Session 4의 사용 양상을 비교해 보면 Session 4에서는 한국어로 된 텍스트를 구성하기 위하여 그 내용을 선정하는 데 높은 비율의 학습자 모국어가 사용되었고 과제를 진행해가는 기능이나 감정 표현 등의 비율에는 Session 2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두 집단에서 메타톡이 차지하는 비율에도 큰 차이는 없었으나 그 분포에서는 의미있는 차이를 보였다. Session 2의 경우에는 단어나 문법의 적형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메타톡의 기능이 높게 나타나고 있으나 의미가 형태에 대응하는 어휘 항목이 번역의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고 글쓰기의 맥락 속에서 그 의미를 쉽게 예측하거나 추출 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반면 Session 4에서는 적절한 단어를 찾거나 문법 형태의 형태적, 통사적 적형성을 논의하는 기능 외에 맥락 내 의미를 정의하고 설명하는 비율이 높아짐으로써 학습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학습자 모국어의 메타톡 기능의 양상이 형태 중심에서 의미 중심으로 상당 부분 옮아간 것을 알 수 있었다.

    4.2.4. 학습자 모국어 사용에 대한 학습자의 인식 조사

    그렇다면 한국어를 상호 작용의 매개어로 사용할 때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 때문에 학습자들이 학습자 모국어를 도구로 선택하게 되었는가를 알아보기 위하여 실험에 참가한 전체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인식 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⓵항에서 ⓷항까지는 학습자 모국어가 소통과 인지의 도구로서 사용되어지는지의 여부를 묻는 질문이고 ⓸항에서 ⓻항까지는 학습자가 상호 작용 집단 내 동료 학습자를 의식하거나, 시간적 제약 등의 외적인 요인들로 인한 정서적인 이유로 학습자 모국어를 학습의 매개 언어로 사용하는지를 질문한 것이다. 학습자들의 답변을 종합하여 <표 7>에서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소통과 인지의 도구로서의 학습자 모국어의 기능을 질문한 ⓵항에서 ⓷항까지의 질문에 대하여 학습자들은 단어 부족의 경우 46.4%와 25%가 ‘그렇다’와 ‘아주 그렇다’라고 대답하였고 문장 형성의 어려움은 53.6%와 10.7%가 ‘그렇다’와 ‘아주 그렇다’라고 대답함으로써 단어 찾기와 문장 형성이 한국어로 과제를 수행하는 데 가장 어려운 부분임을 지적하였다. 한국어를 매개어로 상호 작용을 하는 데 있어 소통 자체에 자신이 없다는 대답도 60% 이상이 ‘그렇다’와 ‘아주 그렇다’고 대답하였다.

    ⓸항에서 ⓻항까지의 질문에서 언어적 측면이 아닌 기타 정의적 측면들, 즉 동료 학습자의 유창도나 성격, 시간제한 등(⓸, ⓺, ⓻)이 주요 원인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와 ‘아주 그렇다’라고 대답한 경우는 21.4%, 10.7%, 25.5%로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반면에 학습자들은 자신을 포함한 그룹원들이 주어진 과제를 수행할 때 의식적으로 한국어를 사용하기 보다는 습관적으로 ‘영어를 사용하려는 경향’이 높기 때문인가라는 질문(⓹)에 53.6%가 ‘그렇다’와 ‘아주 그렇다’라고 대답하였다. 학습자들의 발화를 전사하는 과정에서 학습자들이 토론의 매개어로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영어를 사용하여 소통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이것은 언어 이외의 정서적인 이유나 학습의 습관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볼 수 있고 설문의 결과가 이 사실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어느 교실에서나 이러한 부분들은 분명히 존재하고 이것은 학습자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극복하거나 학습을 방해하지 않는 적절한 수준까지 통제되어야 함은 마땅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어를 상호 작용의 매개어로 사용할 때 겪게 되는 정서적 어려움이 무엇에 기인하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설문에서 학습자들은 목표 언어인 한국어가 <표 5><표 6>에서 학습자의 모국어가 보여준 것 같은 상호 작용을 위한 소통과 인지의 도구로서의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이로서 실험에 참가한 초급과 중급의 학습자들에게 한국어는 아직은 학습되어야 할 대상이며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단계에서 과제의 수행에 요구되는 소통을 위한 기호학적 도구로서는 그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없었다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3)싱가포르 대학생의 80%가 영어와 중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기 때문에 일부 학생의 중국어도 포함되었다.  4)<부록 1> 참조  5)<표 4>와 <표 5>의 학습자 모국어의 사용 양상은 단어 수가 아니라 에피소드 별로 분류하였다.

    5. 결론

    앞 장의 실험은 학습자 모국어의 사용 빈도는 학습 수준이 아니라 과제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며 인지적 요구가 높은 과제를 협동적으로 해결해야 할 때 학습자 모국어의 사용이 늘어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학습자 모국어가 사용되는 양상 또한 과제의 성격과 과제가 어디에 중점을 두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또 인지적 요구가 높은 과제를 부여받은 학습자들은 한국어로는 수행하기 어려운 과제 진행과 의미 이해 등 인지적, 소통적 문제들을 학습자 모국어를 사용하여 해결하였음을 보여줌으로써 학습자의 모국어가 언어 학습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증명하였다.

    결론적으로 학습자가 자신의 모국어를 학습에 활용하는 이유는 과제의 인지적 요구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상호 작용을 위한 소통과 인지의 매개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고 제2 언어만을 사용할 때 학습자들이 겪는 정서적 어려움은 상호 작용에 요구되는 내적 발화를 표현해낼 매개의 부재 혹은 불완전함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학습자의 모국어가 배제된 대부분의 제2 언어 교실에서 제2 언어는 학습되어야 할 대상임과 동시에 학습의 매개 도구로도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불완전한 체계에 머물러 있는 제2 언어를 어떤 원칙이나 지침 없이 과제 수행에 무조건적으로 사용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학습자에게 무리를 주는 일이 될 수 있다. 또 과제에 따라서는 제2 언어가 학습의 매개이자 도구로서의 기능을 하기에는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습자에게 부여되는 과제의 성격과 요구에 따라 제2 언어가 학습을 위한 보다 효율적인 도구가 될 수 있을 때까지는 학습자 모국어가 제2 언어 학습의 매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학습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어 교실에서 학습자 모국어는 무조건적으로 금지되어서도, 그 존재를 인정은 하되 마땅치 않은 필요악 정도로 취급되어서도 안 된다. 오히려 경험을 통해 얻어진 다양한 학습책략을 가지고 학습자들이 이들을 학습에 활용하는 양상들을 긍정적으로 분석하고 그 목적을 규명하여 제2 언어 학습에 유용한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진정한 학습자 중심의 접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과제의 성격에 따라 학습자 모국어가 제2 언어 습득에 유익한 매개도구로서 어떤 교육적 효용을 기대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고 그것을 고려하여 과제를 설계한다면 학습의 효과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는 이중 언어 집단을 대상으로 한 제2 언어 교실에서의 학습자 모국어의 양상과 효용을 밝히고 그 사용을 긍정적이고 체계적으로 검토하고자 하는 시도로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 실험은 교실 내 상호 작용에서 소통과 인지의 도구로서 학습자 모국어의 존재와 효용을 증명함으로써 학습의 도구이자 과제를 설계하고 학습 방안을 모색할 때 고려해야 할 대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초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과제 수행에서 모국어 사용을 고려한 실제적인 교육 방안이 후속 연구에서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 연구에서 다양한 인지적 요구를 가진 보다 많은 과제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더라면 과제와 모국어 사용의 관련성이 더욱 면밀하고 정확하게 규명되었으리라는 아쉬움이 있다. 또 작은 표본 집단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통계의 수치가 가지는 한계도 있다. 후속 연구에서는 보다 다양한 과제들에서 학습자 모국어가 사용되는 효용을 밝히고 나아가 학습자 모국어를 고려한 과제를 설계하여 한국어 교육 현장에 실제적인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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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 1>] 학습자 모국어의 기능
    학습자 모국어의 기능
  • [<표 2>] 실험 과정
    실험 과정
  • [] 
  • [<표 3>] 한국어 사용에 대한 참여도, 이해도, 적용도 조사
    한국어 사용에 대한 참여도, 이해도, 적용도 조사
  • [<표 4>] Session별 학습자 모국어와 제2 언어의 발화량
    Session별 학습자 모국어와 제2 언어의 발화량
  • [<표 5>] 초급 학습자의 모국어 사용 양상5)
    초급 학습자의 모국어 사용 양상5)
  • [<표 6>] 중급 학습자의 모국어 사용 양상
    중급 학습자의 모국어 사용 양상
  • [<표 7>] 제2 언어 사용에 대한 학습자 인식 조사
    제2 언어 사용에 대한 학습자 인식 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