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기업결합은 왜 허용되었을까?*- 도산법과 공정거래법의 역할을 중심으로 -

Why Korean Fair Trade Commission allowed the Hyundai Motors Company to merge with the Kia Motor Company during the Asian Financial Cri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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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This paper aims to explore the reasons why Korean Fair Trade Commission (hereinafter KFTC) allowed the Hyundai Motor Company to merge with the Kia motor Company.

    Under the Monopoly Regulation and Fair Trade Act, no one shall practically suppress competition in a particular business area by conducting practices except that where the effect of efficiency promotion attainable through the combination of enterprises is more than the negative effect produced by restricted competition(efficiency effects defense); or where such combination is made with non-viable company whose total capital in a balance sheet is less than its paid-up capital for a reasonable period of time(the failing firm defense).

    To succeed with an efficiency defense under Monopoly Regulation and Fair Trade Act, a dominant company would need to show that: the efficiency gains that are likely to result from the potentially abusive conduct offset any likely negative effects on competition and consumer welfare generated by that conduct; those efficiency gains have been, or are likely to be brought about as a result of the potentially abusive conduct; the potentially abusive conduct is necessary for the achievements of those efficiency gains; and the potentially abusive conduct does not eliminate effective competition by removing all or most existing sources of actual or potential competition.

    Also the failing firm can be applied only if it can be shown that there are no alternative less anticompetitive mergers. And the law goes further and requires evidence that if the merger were prohibited, the assets of the failing firm would leave the market.

    Actually, Hyundai Motor Company did not show efficiency effect or failing firm defense which was needed for acquisition. However they got the permission of the KFTC.

    The systemic risk is a key to find an answer the reason that why KFTC allowed the Hyundai Motors Company to merge with the Kia Motor Company during Asian Financial Crisis. While the Asian Financial Crisis, the Korean government had not many choices except to resolve market disaster as soon as possible. Therefore KFTC gave the permission to the Hyundai Motor Company. Besides, before the Asian Financial Crisis, economic recessions in history were always accompanied by relaxation or abandon of competition policy in many countries.

    And the law(Monopoly Regulation and Fair Trade Act) also supported this decision by this clause which “the purpose of this Act is to strive for balanced development of the national economy.” Development of national economy required not only competition in the market but also stabilization of the market which obtained by Hyundai and Kia’s merger.

  • KEYWORD

    효율성 증대효과 , 파탄회사이론 , 상위사 점유율 누계치 평가방법 , 허핀달 허쉬만 지수 평가방법 , 공정거래법 제7조 , 시장안정 , 시스템리스크

  • Ⅰ. 들어가며

    현대자동차그룹은 현재 국내자동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인하여 국내소비자들의 원성이 매우 크다.1) 사실 현대자동차그룹이 이 같은 원성의 근원이 되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갖게 될 수 있었던 것은, 1998년 기아자동차의 인수에 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독과점에 대한 우려와 소비자의 피해가 예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를 허용하였을까?2)

    기아자동차는 1990년대 아시아 금융위기(Asian Financial Crisis) 당시 국내시장의 수요감소 등의 원인으로 큰 위기에 처하였으나 현대자동차의 인수이후 불과 2년 만에 흑자로 전환되며 성공적으로 회생하였는데, 이는 가장 효과적인 회생절차이자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업분야 최고의 기업인수합병(M&A)으로 손꼽히고 있다.3) 하지만 두 자동차 회사의 결합이 긍정적인 면만을 낳은 것은 아니다. 바로 앞서 지적한 독과점의 문제 때문이다. 현재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70%를 조금 못 미치고 있으나,4) 한 때는 시장점유율이 80%에 접근하기도 하였다.5) 이 같은 독점에 가까운 점유율로 인하여 소비자의 피해가 커지고 규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의 인수를 시도할 당시에는 현대자동차의 독점적 지위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보다는6) 오히려 기업인수 합병의 기준을 강화하려는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의 일부의 움직임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컸었고,7) 따라서 기업회생절차의 일환으로 기업인수합병을 추진 중이었던 기아자동차에 대하여 이미 입찰 전부터 공정거래위원회는 예외의 인정을 공언하고 있었다.8)

    어떤 경제체제라도 모든 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도산기업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투자를 비롯한 기업의 의사결정은 불확실한 변수들을 바탕으로 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상례이며, 이러한 변수들의 변동에 따라 대부분의 기업은 부실화될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실기업에 대한 회생제도는 자본주의하에서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 할 수 있다.9) 그러나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와 같은 기업결합을 통한 회생제도는 분명 시장의 독과점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고, 소수 기업집단으로의 경제력 집중을 촉발할 수 있다는 심각한 단점을 수반하고 있다.10) 따라서 경쟁제한적인 기업결합은 그 부정적 효과로 인하여 금지되는 것이 원칙이다.11) 오직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이라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법률 제명 약칭 기준에 의거 공정거래법이라 칭함)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일정한 경우에만 예외를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12)

    본 연구에서는 다음 사안에 주안점을 두었다. 우선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할 당시 회사정리법(현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의 역할은 무엇이었으며, 이를 허용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은 공정거래법을 충실하게 따랐느냐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기아자동차의 인수를 위해 입찰참여자 중 가장 많은 금액을 제시하였고, 이를 통해 채권자들은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 이러한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는 도산법 측면에서 보면 단순한 기업결합이 아닌 기업회생절차(회생절차 개시 후 회생계획인가 전의 인수합병)를 통하여 회생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하지만 동시에 공정거래법 측면에서는 규제하여야 할 기업결합을 예외조항인 ‘효율성 증대효과’와 ‘회생이 불가한 회사와의 기업결합’의 규정(이른바 파탄회사이론: Failing Company Doctrine)을 적용하여 허용한 사례이기도 하다. 이미 몇몇 글에서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 사례를 설명하고 이와 함께 파탄회사이론을 다루고 있으나, 본 연구에서는 당시 경제상황을 근거로 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원인과 도산법의 기업회생절차의 역할을 함께 다루어 다각적으로 접근하려 한다.

    이를 위해서 본 연구는 다음의 순서로 진행될 것이다. 우선 제Ⅱ장에서는 당시 자동차업계의 전반적인 시장상황과 기아자동차가 도산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재정상태와 같은 사실 관계를 다루고 또한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의 기업결합으로 인하여 얻게 된 독점적 이익으로 추정되는 기업결합의 결과에 대해서 알아볼 것이다. 제Ⅲ장에서는 사안에 대한 도산법과 공정거래법과 관련된 법 이론을 살펴볼 것이다. 도산법의 경우 채권자의 채권회수의 극대화를 이루어내어 일정한 목표를 달성해 냈으나, 공정거래법의 경우 두 회사의 기업결합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였으며, 효율성 증대효과와 파탄회사이론의 적용이 무리였음을 밝힐 것이다. 제Ⅳ장에서는 사안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을 허용한 원인에 대해서 상세하게 논하게 될 것이다. 도산법과 공정거래법의 목적 중 하나는 시장의 안정이며, 이의 달성을 위해서 도산법의 경우 회생절차의 신속한 진행을, 공정거래법의 경우 법적용의 완화가 필요했음을 말할 것이다. 그리고 제Ⅴ장은 마지막 장으로 본 연구에 대한 결론 부분이다.

    1)김진철, “콧대높은 현대차가 웬 반성문?”, 한겨레신문, 2014년 6월 2일, A19면; 이정애, “현대차, 미국선 교환·한국선 수리 법이 가른 ‘물새는 싼타페’ 리콜”, 한겨레신문, 2013년 10월 25일, 14면; 이윤구, “현대차, 국감서 누수·국내 소비자 차별 등으로 뭇매”, 연합인포맥스, 2013년 10월 15일, available at http://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82145  2)공정거래위원회는 2007년 현대자동차에 대하여 시정조치를 취하면서(사건번호 2006독감0746) 스스로 기아자동차에 대한 인수허용을 현대자동차가 독과점적 지위를 갖게 되는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다.  3)한국일보, “전문가 40인이 뽑은 대한민국 베스트·워스트 M&A”, ⌜주간한국⌟ 제2432호 (2012), 16∼17면; 박용범·최승진·강두순, “역대 최고 M&A는 ‘현대차, 기아차인수’”, 매일경제신문, 2012년 4월 23일, A12면.  4)정한국, “현대·기아차 내수점유율 70% 이내로” 조선일보, 2015년 1월 9일, B2면.  5)조영신, “자동차 내수 시장 독점, 현대 기아 내수목표 87%”, 파이낸셜뉴스, 2010년 1월 16일, 9면.  6)당시 기아자동차의 인수 경쟁자였던 삼성자동차는 삼성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의 타당성을 주장하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 독과점의 폐해 방지를 들었다: 김병철·채경옥, “삼성 2개사 체제 안된다 독과점폐해 집중부각”, 매일경제신문, 1998년 3월 26일, 3면  7)이희성·이용재, “기업인수합병 묘한시기에 기준강화 공정위추진”, 동아일보, 1997년 8월 13일, 1면.  8)윤경호, “현대그룹 기아自 인수 시나리오 대출금 출자전환후 입찰 참여 M&A 방식땐 삼성과 지분경쟁”, 매일경제신문, 1998년 3월 24일, 21면.  9)남일총, “부실기업정리제도의 경제적 분석”, ⌜한국개발연구⌟ 제15권 제2호 (한국개발연구원, 1993), 3∼4면.  10)특히 우리나라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경쟁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력 집중억제문제도 함께 다루고 있어 당시 현대그룹에 속해 있던 현대자동차가 재벌에 속하지 않는 기아자동차를 인수한 것에 대한 비판 역시 존재한다: 정호열, “공정거래법 심결사례 해설 및 평석 - 현대자동차(주)와 기아자동차의 기업결합 사건”, ⌜공정경쟁⌟ 제46호 (한국공정거래연합회, 1999), 51면.  11)Richard E. Low, The Failing Company Doctrine: An Illusive Economic Defense Under Section 9 of the Clayton Act, 35 Fordham L. Rev. 425, 425 (1967).  12)신현윤, ⌜경제법⌟(법문사, 제6판, 2014), 174면.

    Ⅱ. 사실관계

       1. 국내?외 자동차 산업의 시장상황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할 당시의 국내·외 자동차시장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1990년대 이후 자동차 산업은 세계적인 공급 과잉 상태에 직면해 있었다. 1998년 전 세계 자동차 생산 대수는 5,240만 대이었으나 공급능력은 7,400만 대에 달할 정도였다. 또한 WTO(World Trade Organization) 체제하에서의 시장 개방으로 인해 시장이 확대되면서 수요의 글로벌화와 소비자 기호의 다양화로 인해 제품 사이클 기간이 단축되고 있었다. 이러한 시장상황을 배경으로 1990년대에는 경쟁 기업 간의 인수와 합병이 어느 때 보다 활발히 진행되었는데, 1994년의 비엠더블유(BMW)의 로버자동차(Rover Group)인수, 1995년의 포드자동차(Ford Motor Company)의 마즈다자동차(Mazda Motor Corporation)의 인수, 1998년의 벤츠(Diamler AG)의 크라이슬러자동차(Chrystler LLC)의 합병, 폭스바겐(Volkswagen)의 롤스로이스(Rolls-Royce Motor Cars Limited) 인수 등이 바로 그러한 예에 해당한다.13)

    국제자동차 시장과 마찬가지로 수십 년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어온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당시 커다란 격변기를 맞았다. 199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승용차에 대한 내수부진에 더해 신규 기업의 진입, 기존 기업의 시설 확장이 겹치면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지속적인 공급과잉에 시달렸다. 1997년의 경우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능력은 395만대에 달하는 것에 비해 생산대수는 285만여 대에 불과하여, 무려 110만대가 공급과잉 상태였으며 이에 따라 공장가동률은 67%에 그쳐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14)

       2. 인수과정과 결과

    공급과잉 상태 시장상황에서의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19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로 인해 내수위축, 생산감축, 설비과잉의 악순환 구조가 발생하면서 커다란 구조적 변화를 겪게 되었다. 특히 우리나라 제2의 자동차 기업이면서 재계 7위 자리를 지키던 기아자동차는 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였으나, 1990년 중반 이후 점점 헤어나기 어려운 난관에 빠져들었다. 자회사였던 아시아 자동차의 대형 상용차 및 경상용차의 투자가 실패하고, 기아가 고유 모델로 개발한 세피아와 크레도스가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했으며, 프라이드 후속으로 개발한 아벨라도 많은 손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기아특수강에 대한 무리한 투자와 기산에 대한 지급보증 등의 방만한 경영까지 겹쳤었다.15)

    1997년 6월 이후 기아그룹의 자금 융통이 막히기 시작하자 제2금융권의 적극적인 채권 회수로 이어졌고 기아는 이를 막는데 실패했다. 1997년 5월부터 은행들로부터 3,600억 원의 협조융자를 받아 근근이 부도를 막아내고 있었으나 은행들이 더 이상의 자금지원을 포기하자 7월 15일 기아자동차는 부도유예협약 대상에 들어가게 되었다. 채권자들이 경영진에 대한 퇴진을 요구하자 기아는 9월 22일 전격적으로 화의신청을 하였다. 채권자들에 의해 화의신청은 거부되고, 10월 22일 총 1조 4,000억 원의 어음이 부도 처리되었으며, 10월 24일 채권자들이 기아자동차에 대한 회사정리절차(현 기업회생절차)신청을 하였다.16)

    1998년 4월 법원에 의해 회사정리절차개시가 결정되었으며 두 차례의 입찰이 유찰된 후 3차 입찰 끝에 1998년 10월 19일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의 인수자로 결정되었다. 최종부채탕감액은 7조 1,700억 원이었으며, 현대자동차는 기아 및 아시아자동차의 지분 51%에 해당하는 신주 1억 5,300만 주와 6,210만 주를 각각 주당 5,500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총 1조 1,781억 원의 자본금을 투입하기로 하였다. 법원은 1998년 12월에 회사정리계획인가를 결정하였고, 1999년 하반기에 기아자동차가 1,800억 원의 순이익을 나타내며 경영이 거의 정상화 된 것으로 나타나자 2000년 2월 16일 회사정리절차에서 해제하였다.17)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한 이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매출액이 금융위기의 여파가 대부분 회복된 것으로 보이는 1999년부터 수년간 급속히 증가하였으며(전년대비 증가율: 2000년 28%, 2001년 23.4%), 경상이익과 당기순이익 역시 같은 기간에 놀라울 정도의 상승폭을 보였다. 금융위기와는 무관하다고 볼 수 있는 1994∼1995년의 경우와 비교해 볼 때(경상이익률 2% 내외, 당기순이익률 1.5% 내외가 경상이익률 10%, 당기순익률 8.5%로 상승) 쉽게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크게 좋아진 것이다.18) 이 같은 결과는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하여 기업결합을 함으로써 효율성이 증대되었다고 볼 수도 있으나, 많은 부분 독과점으로 인한 혜택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13)정승화,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와 구조조정”, ⌜경영교육연구⌟ 제8권 제1호 (한국경영학회, 2004), 134∼135면.  14)Id., 135면.  15)Id., 136면.  16)박원장·이권형, ⌜한국자동차산업 50년사⌟(한국자동차공업협회, 2005), 464∼467면.  17)Id., 468∼472면.  18)박병형·이호영, ⌜기업결합 시정조치의 효과 사례분석⌟(공정거래위원회, 2006), 19∼20면.

    Ⅲ. 사안에 대한 법률문제의 적용

       1. 기업결합의 정의와 필요성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는 기본적으로 기업결합이다. 기업결합이란 동적 혹은 결과적 개념으로서, 법적으로 독립한 다수의 기업들이 자본적, 인적, 혹은 조직적인 결부를 통해 단일한 경제적 관리체제로 통합을 하는 과정 또는 그 결과를 말한다. 기업결합으로 인해 다수의 기업이 단일한 경제적 관리체계 하에 통합되고, 그 결과 기업집단 혹은 결합기업체가 형성되는데,19) 이러한 기업결합은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건수로는 500건이 넘고 금액으로는 20조 원에 이를 만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20) 기업결합에 대하여 도산법은 부실기업의 해결책으로, 공정거래법은 기업의 경쟁측면에서 관심을 갖는다.

    기업결합은 크게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하는 사업자 사이의 결합인 수평적 결합, 재료의 생산에서 상품의 생산 및 판매에 이르는 과정에서 인접한 단계에 있는 회사 간의 결합인 수직적 결합, 그리고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하는 사업자 사이의 결합도 아니고 수직적 관계에 놓인 기업들 사이의 결합에도 해당하지 않는 혼합적 결합으로 나눌 수 있다.21) 이 중 공정거래법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바로 수평적 결합이다. 이는 수평적 결합이 독점으로 인한 폐해의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수평적 기업결합으로 인한 효과를 명확히 하고 있는데, 결합으로 인해 산업내의 경쟁을 줄일 수 있어 소비자 가격이 인상되는 결과를 낳으나 생산과 분배에 있어 규모의 경제의 달성으로 인하여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22) 즉 수평적 결합은 규모 혹은 범위의 경제를 통하여 생산과 연구개발 그리고 분배에 있어 보다 효율성을 획득할 수 있고, 시장에서 비지배적 기업이 서로 결합하는 경우에는 지배적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거나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수평적 결합은 동일한 시장에 존재하는 기업 사이의 결합이기 때문에 관련시장에서 이전보다 경쟁하는 기업의 수가 줄어들 것이며, 시장의 구조 내지 역학관계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23)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기업결합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기업결합은 다양한 동기에서 이루어진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업들은 기업결합을 규모의 경제 및 범위의 경제를 실현하여 거래비용이나 생산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하기도 하며, 생산성 향상과 재무적 효율성의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서 활용하기도 한다.24) 하지만 기업결합은 이와 함께 기업구조조정의 불가피한 수단 중 하나로 각광받아왔다. 특히 파탄이 임박하거나 재무상황이 나쁜 기업들이 합병교부금이나 신주발행을 통해 회생을 도모하고 대량해고를 막기도 하기 때문에 국가경제적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기업결합은 매우 긍정적 효과를 낳는다고 볼 수 있다.

       2. 도산법상 법률문제의 적용

    다른 나라의 도산실무와 비교하여 볼 때 현재 우리나라 기업회생절차의 두드러진 차이점 중에 하나가 바로 기업인수합병의 적극적인 활용일 것이다. 실무상 회생계획을 인가받은 회사는 대부분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추구하는데 이는 기업 인수합병이 도산 기업을 회생하는데 매우 유력한 방안으로 자리 잡아 왔기 때문이다.25) 사실 경제적으로 파탄상태에 있는 기업의 처리방법 중 인수합병이 사용된 것은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은 방법이다. 과거 우리나라 개발연대에는 경제침체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부실기업들을 행정부 주도의 산업합리화 정책 등에 의하여 처리하였는데 그때 사용된 주된 방법이 바로 기존사업자에게 인수합병시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26)

    그렇기에 기아자동차에 대한 인수합병은 가장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기아자동차의 회생방법 중에 하나였다. 기업인수합병은 현제도의 경우 기존 경영자 관리인하에 회생계획의 수행이 가능한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추진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회생절차를 조기에 종결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27) 물론 회생절차의 기본 구도는 일시적인 재정적 파탄으로 회생절차에 진입했더라도 경제적으로 회생의 가능성이 있다면 기존 경영자와 지배주주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것이며, 정상적인 회생 과정에 있는 기업의 기존 경영자나 주주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기업인수합병은 독자적인 생존이 어렵거나 인가 후 회생계획의 수행실적 등에 비추어 회생의 전망이 불확실한 기업에 한하여 추진하여야 한다. 하지만 기아자동차의 경우는 기존 경영자 관리하의 회생절차가 아니었으며, 또한 기업인수합병을 통한 회생이라는 제도자체는 회생절차의 정리계획에 따른 장기간의 순차변제가 아닌 일시변제로 인해서 사건의 조기 종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구 회사정리제도 하에서 대기업의 경우 특히 선호되었다.28)29)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한 것 역시 바로 이러한 예에 해당한다.30)

    이 같은 회생절차에서의 인수합병이란 회생절차개시 전·후를 불문하고 성립한 인수합병으로서 회생계획에 의한 채무감면, 권리변경 등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절차가 따르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기업회생절차에서 기업인수합병은 그 추진시기에 따라 ① 회생절차개시 전에 추진하는 경우, ② 회생절차개시 후 회생계획인가 전에 추진하는 경우 및 ③ 회생계획인가 후에 추진하는 경우로 나누어 보기도 하는데,31) 기아자동차의 경우는 회생절차개시 후 회생계획인가 전에 추진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회생절차에서의 인수합병은 모두 추진시기와는 상관없이 회생계획에 의하지 아니하면 그 효과를 발생시킬 수 없다.

    기업인수합병을 통한 기업회생절차의 성과는 해당기업의 회생과 부실채권의 조기변제 및 회수율 상승에 큰 기여를 하였으며, 특히 기업인수합병에 의한 채권회수율은 청산배당에 비해서 크게 높다. 기업인수합병에 의한 배당은 청산배당률에 비하여 평균 228%에 달하며, 그중에서 개시 후 2∼4년 동안에 종결된 경우에는 배당률이 311%에 달한다고 한다.32)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 당시 현대자동차는 기아자동차의 채권단에 7조 1,700억 원의 부채탕감을 요구했으며 이는 입찰에 참여한 4개 업체 중에서 최저수준이다.33) 즉 채권자입장에서는 최대의 만족을 구했다는 것이며, 따라서 뒤에서 언급할 도산법의 기본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3. 공정거래법상 법률문제의 적용

    3.1. 공정거래법 제7조 제1항, 제4항, 제5항의 적용여부 - 경쟁제한성의 판단

    3.1.1. 의의

    우리나라 공정거래법 제7조 제1항에 따르면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여 원칙적으로 기업결합을 제한하고 있다. 기업의 일상적인 활동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일련의 기업결합행위는 관련법에서 정한 일정한 절차와 요건을 준수하는 한 그 자체가 위법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상법을 비롯한 관련법상 아무런 흠결이 없는 기업결합의 경우조차도 공정거래법상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 - 경쟁제한성’ 판단을 받게 되면 강제적으로 그 실행이 저지되거나 기왕의 행위의 결과를 원상회복 내지는 수정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34) 그러나 이 같은 경쟁제한성에 대한 판단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에 어떠한 결합이 규제되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그 결합에 따른 경쟁제한 효과를 분석해야 한다.35)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공정거래법 제7조 제4항에서는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추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특히 제1호에서는 그 해당요건을 시장점유율을 근거로 기업결합의 당사회사의 점유율 합계가 ① 시장지배적사업자의 추정요건에 해당하고, ② 당해거래분야에서 1위이며, ③ 시장점유율이 제2위인 회사의 시장점유율과의 차이가 그 시장점유율의 합계의 100분의 25이상일 경우로 하고 있어 상당히 광범위하게 기업의 결합을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제7조 제4항은 경쟁제한성을 판단함에 있어 거의 적용되지 않고 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제5항에 의거 1998년부터 제정 시행하고 있는 기업결합심사기준이 직접적으로 적용되어 왔다. 따라서 경쟁제한성의 판단에 있어 법 제7조 제4항 제1호의 중요성은 매우 제한적이다.36)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의 실무가 결합당사 회사의 점유율이 공정거래법 제7조 제4항 제1호의 경쟁제한성 추정요건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서도 경쟁제한성 분석에 필요한 요건들을 포괄적으로 조사, 종합하여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지를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공정거래법 제7조 제4항의 추정규정을 법률상의 추정규정으로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심사절차의 개시를 위한 포착요건인 동시에 모든 심사를 다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불명확한 부분이 남은 경우에는 이를 기업의 부담으로 한다고 하는 실질적인 입증원칙으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37)

    따라서 경쟁제한성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제7조 제4항이 아닌 제5항에 근거한 기업결합심사기준을 바탕으로 결합심사를 하게 된다. 이 때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한다는 것은 시장에서의 유효한 경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를 초래하는 행위, 즉 일정한 거래분야의 경쟁상태가 감소하여 특정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가 그 의사로 어느 정도 자유로이 가격·수량·품질 및 기타 조건을 좌우할 수 있는 시장지배력의 형성을 의미하는데,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시장지배력이 형성되었는지 여부는 해당 업종의 생산구조, 시장구조, 경쟁상태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38) 이렇듯 기업결합심사는 다양한 사항들을 고려해야 하지만, 그 중에서 일반적으로 시장집중도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며,39)40) 시장집중도의 평가는 상위사의 점유율 누계치를 사용하는 방법과 특정한 시장에 속하는 모든 사업자의 점유율의 제곱을 합산한 수치인 허핀달 허쉬만 지수(Herfindahl Hirschman Index: 이하 HHI로 칭함)를 이용한 방법이 있다.

    3.1.2. 경쟁제한성 판단

    3.1.2.1. 상위사 점유율 누계치(CRk) 평가방법의 적용

    어느 특정 시장에 존재하는 경쟁상 위험의 정도(시장집중도)를 결정하기 위하여 CR(Concentration Ratio)k 이라는 구조 지수를 많이 사용한다. CRk는 시장에서 점유율이 가장 큰 k개 기업의 점유력을 단순 합산하는 방식인데, 개념적으로는 시장의 상위 k개 기업은 담합에 가담하는 반면, 그 시장의 나머지 기업은 여전히 경쟁적인 상태로 남아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시장에 존재하는 상위 기업 중 몇 개 기업의 점유력을 합산하느냐에 따라 CR1, CR3, CR4 등이 사용되는데, 우리는 원칙적으로 CR3를 이용하였고, 미국은 법원과 법무부가 CR4를 사용하였다.41)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는 한 사업자가 50% 이상의 점유율을 갖거나, 상위 3개사가 75% 이상의 점유율을 갖게 되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되며(공정거래법 제4조), 미국의 경우 1968년 합병지침(1968 Merger Guidelines)에서 상위 4개사가 시장에서 75% 이상의 점유율을 갖고 있을 때 고집중시장(Market Highly Concentrated)으로 규정하였었다.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할 당시(1998년 10월) 사용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1998-6호) Ⅶ.1.가.(1).①에 의하면 취득회사등과 피취득회사의 시장점율의 합계가 50/100 이상인 경우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시장집중도로 판단하고 있는데,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결서(공정거래위원회 의결 제99-43호)에서는 결합시 시장집중도가 1998년 기준으로 승용차는 55.6%, 버스시장은 74.2%, 트럭시장은 94.8%로 적시하고 있다.42)43) 따라서 CR3의 평가방법에 의하면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에 대한 결합은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3.1.2.2. 허핀달 허쉬만 지수(Herfindahl Hirschman Index)의 적용

    미국은 점유율 누계치를 이용하는 방법(CR4)을 사용하다가 1982년 합병지침(1982 Merger Guidelines)에서 HHI를 채용하면서 경쟁제한성 분석을 계량화하였으며, 특히 1992년 합병지침(1992 Merger Guidelines)에서 경제적 분석방법을 더욱 정교하게 가미하였다.44) 집중도 측정에 관한 지수의 선택은 기업이 어떠한 행동을 할 것인지에 관한 형태적인 가정(behavioral assumptions)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어느 시장에 대한 실질적인 위험성이 명시적 혹은 묵시적인 담합인 경우 기업 규모의 차이를 무시하는 CRk가 시장상황을 보다 잘 반영한다고 볼 수 있으나, 결합으로 인한 경쟁저해적인 행동이 비협력적 과점적인 행동인 경우 HHI가 시장의 집중도를 보다 정확하게 반영한다.45)

    HHI는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회사의 시장점유율을 제곱한 값을 합산하여 정해지는데, 지수가 낮을수록 기업 간 경쟁이 심한 것으로 평가된다. 주로 허핀달 지수로 불리며 미국의 법무부가 기업 인수에 있어서 집중도를 분석하는데 사용하여 왔다.46) 우리나라는 공정거래위원회가 2007년 12월 20일 심사기준을 개정하면서 기존의 CR3 측정방법 대신에 HHI를 도입하였다.

    현재의 기업결합심사기준(공정거래위원회고시 제2013-9호)에서 HHI에 대한 규정을 살펴보면 Ⅵ.1.가.(1)에 따라 수평형 기업결합으로서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한다. 즉 (가) HHI가 1,200에 미달하는 경우, (나) HHI가 1,200 이상이고 2,500미만이면서 HHI 증가분이 250미만인 경우, (다) HHI가 2,500 이상이고 HHI 증가분이 150미만인 경우에 해당하면 경쟁을 제한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기준으로 하여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 당시 상황을 판단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승용차, 버스, 트럭 시장중에서 현대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이 가장 낮은 시장인 승용차 시장에 대한 HHI를 살펴보아도 3,20947)에달하며, 결합이후 HHI의 증가분은 무려 1,29048)에이른다. 따라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항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기업결합은 과거의 CR3 기준뿐만 아니라 현재의 기준인 HHI에 의해서도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3.2. 공정거래법 제7조 제2항의 적용여부 - 예외사항에 해당되는지의 여부

    3.2.1. 의의

    기업결합에 대한 규제가 갖는 의미는 경쟁질서를 저해할 수 있는 사업자들의 구조적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여 효과적으로 경쟁질서를 보호하자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기업결합은 결합 당사자들 모두가 정상기업인 경우와 어느 일방이 비정상, 즉 시장에서의 정상적인 경쟁 참가자로서의 역할이 어렵거나 불가능함이 확실시되는 경우로 나눌 수 있고, 이에 따라 그 경쟁제한성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앞의 경우에는 효율성이라는, 뒤의 경우에는 사업자의 회생 불가능성이라는 판단기준을 바탕으로 하여 이에 해당되는지 평가하고 경쟁제한성의 예외사항 여부를 판가름하게 된다.49)

    우리 공정거래법도 경쟁제한적인 기업결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당해 기업결합으로 인한 효율성 증대효과가 경쟁제한으로 인한 폐해보다 크다고 인정하는 경우 또는 회생이 불가능한 회사와의 결합으로 일정한 요건에 해당된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이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공정거래법 제7조 제2항 제1문). 이것은 어떤 기업결합이 비록 경쟁제한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효율성의 증대나 회생불가회사의 구제와 같은 공익적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려는 취지이다.50) 이 같이 기업결합의 항변사유를 효율성과 회생불가 기업과의 결합이라는 두 가지로 정한 것은 미국이나 EU의 경우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51)52)

    그렇다면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하여 기업결합한 것은 과연 이러한 예외사유에 해당하는 것일까?

    3.2.2. 효율성 증대효과

    효율성 증대효과에 기한 예외사항의 인정은 제한된 경쟁 하에서 가격체계의 왜곡으로 인한 분배효율성의 저하에도 불구하고, 기업결합을 통한 생산효율성이나 혁신효율성의 제고가 이를 상쇄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53) 즉 기업들은 기업결합으로 생산설비를 통합하고 생산 공정을 합리화하여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상호보완적인 능력을 통합하여 새로운 제품이나 생산기술 개발을 촉진할 수 있다. 또한 생산, 구매, 운송 및 물류를 통합하여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렇게 향상된 효율성은 가격 인하, 품질 개선, 신제품 개발 등을 가능하게 하여 결합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고 경쟁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미국과 EU를 포함한 대부분 국가들의 기업결합심사기준은 효율성 증대효과가 경쟁제한의 폐해보다 큰 경우 해당 기업결합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54)55)

    하지만 효율성 증대를 기업결합금지의 예외사유로 인정하는 것이 최근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나, 효율성 증대효과로 인하여 예외적용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이는 효율성 증대로 얻는 이익과 독점으로 인한 손해를 산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며,56) 효율성 항변이 경쟁제한 효과가 추정되는 기업결합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경쟁제한 효과 자체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결합회사는 효율성 효과를 중심으로 기업결합의 정당성을 변호하기 꺼려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57)

    이 항변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요건이 필요하다.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와 기업결합당시의 기업결합심사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1998-6호)에 따르면 첫째, 당해 기업결합으로 인하여 가까운 시일내에 산업합리화 또는 국제경쟁력강화의 효과가 발생할 것이 명백할 것(기업결합심사기준 Ⅷ.가). 둘째, 당해 기업결합으로 인한 산업합리화 또는 국제경쟁력강화의 효과가 경쟁제한으로 인한 폐해보다 더욱 클 것(기업결합심사기준 Ⅷ.나). 셋째, 당해 기업결합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는 산업합리화 또는 국제경쟁력강화의 효과가 달성되기 어려울 것(기업결합심사기준 Ⅷ.다)이다.58)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에 대한 인수 건에서 효율성 증대효과를 인정하면서 근거로 ① 세계적으로 효율성 증대를 위해 자동차회사간의 인수와 합병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를 감안할 때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적정경영규모의 확보가 필요한 점, ② 기업결합으로 플랫폼(Platform)통합, 부품공유화, 부품공급업체의 대형화 등이 이루어질 경우 생산비용의 절감효과가 예정되는 점, ③ 기업결합을 통해 기술의 상호보완 및 공동활용에 의한 생산성증대효과가 인정되며, 물류비용 및 간접비용의 절감 등의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고려하였다고 밝히고 있다.59)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힌 근거는 대부분 현대자동차가 규모 확대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는 사안(기업결합심사기준 Ⅷ.다의 위반)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과는 달리 단순히 규모의 확대를 통해서도 이룰 수 있는 경제적 효과와 항변이 성립하기 위한 효율성 증대는 분리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즉 법원은 효율성 증대효과를 매우 좁게 인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견해는 영창악기 사건에서 잘 들어난다. 영창악기 사건에서 서울고등법원은 효율성 효과 부분에서 “효율성 효과는 대부분 이 사건의 기업결합을 통해서만 실현가능한 기업결합 특유의 효과로 보기 어렵거나 국내 시장의 경쟁구조나 국내 소비자 후생과 관련성이 없거나, 실현가능성이 불확실하므로 효율성 증대효과로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 사건 기업결합의 효율성 증대효과가 경쟁제한의 폐해보다 크다고 볼 만한 주장입증이 없다”고 판시하였다.60) 대법원 역시 “당해 기업결합으로 인한 특유의 효율성 증대효과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기업의 생산·판매·연구개발 등의 측면 및 국민경제의 균형발전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되, 이러한 효율성 증대효과는 가까운 시일 내에 발생할 것이 명백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며 고등법원의 판단을 지지하였으며,61) 이후에도 효율성 효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62) 즉 단순히 규모의 경제로 실현되는 효율성 증대효과는 기업결합뿐만 아니라 개별기업의 규모 확대로 실현될 수 있기 때문에 인정될 수 없고, 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는 자산의 통합으로 이루어져야 한다.63)

    효율성 효과에 대한 적용에 있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 건에 대해서는 별다른 분석 없이 이 항변을 받아들였지만, 그 이후 사건인 SK텔레콤 사건(공정거래위원회 의결 제2000-76호)과 인천제철 사건(공정거래위원회 의결 제2000-151호)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도 입장을 바꾸어 상당히 엄격히 해석하고 이를 기각하였다.64) 이렇듯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기업결합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은 효율성 항변을 무리하게 확장 적용한 것이었다.65) 만약 기아자동차가 정상적으로 경영되는 상태였더라도 이러한 결정을 내렸을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3.2.3. 파탄회사이론(Failing Company Doctrine)

    어떤 기업이 도산할 위험성이 있고, 시장에서의 퇴출이 임박해 있는 경우 그 기업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가를 가장 먼저 고려하게 된다. 기업을 도산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재정적으로 튼튼한 기업이 재정적으로 파탄 상태에 있는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인수, 즉 기업결합으로 인하여 일정한 거래분야에서의 경쟁이 실질적으로 제한받게 되는 경우 기업결합의 당사자인 기업은 소위 도산기업의 항변(Failing Firm Defense)을 주장할 수 있고, 도산기업 항변의 모든 요건이 갖추어진다면 그 결합기업은 도산기업 구제를 위한 기업결합으로 인정되어 금지되는 기업결합에서 제외된다(공정거래법 제7조 제2항 제2호).66)

    도산기업 항변은 미국의 파탄회사이론에서 시작되었다. 파탄회사이론은 1930년에 미국의 사법부에 의해 형성된 이후67) 이에 대한 많은 비판과 관련 독점규제법의 강화(Celler-Kefauver Act of 1950에 의한 클래이튼 법(Clayton Act)의 강화)에도 불구하고 입법부의 지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68)

    회생이 불가능한 기업과의 결합이 예정되어 있는 기업은 시장에서 바로 회생 불가능한 기업으로 인해 조만간 시장지배력이 형성되거나 심지어 독점적 지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때 형성될 것으로 보이는 경쟁제한적 여건은 회생불가 기업과의 결합과는 무관할 수 있다. 왜냐하면 당해 기업결합 후에 예상되는 경쟁구조의 저해 정도가 기업결합이 없는 경우를 상정했을 때 저해되는 정도와 비슷하거나 적다면 그 기업결합과 발생하는 경쟁제한성과의 사이에는 연관성이 부인되고 기업결합은 중립적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결합의 당사자들 중 하나가 회생불가기업이고 시장에서 퇴출될 처지라면 이러한 기업결합은 효과적인 경쟁에 상당한 저해를 가져온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69) 이 같은 논리가 파탄회사이론의 근간이며,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경우 지급능력 및 재건 가능성의 부존재, 대체취득자의 부존재, 그리고 자산퇴출의 위험성이 존재하여야 한다.70)

    우리나라에서는 철도차량 3사(현대정공,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의 합작회사 설립에 대한 기업결합 사건에서 3개사의 철도차량 사업부문의 재무구조 악화를 인정원인으로 들기도 하였지만,71)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당시 공정거래위원회가 파탄회사이론을 들어 허용한 사안을 보통 최초로 도산기업항변을 인정한 경우로 본다.72)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 당시의 기업심사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1998-6호)은 도산기업의 항변을 ‘산업합리화’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있다. 즉 심사기준 Ⅷ에서 “기업결합이 다음 요건에 모두 해당함을 기업결합 당사회사가 입증하는 경우에는 경쟁을 제한하는 기업결합이더라도 ‘산업합리화 또는 국제경쟁력강화’를 위하여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1.가.(2)에서 이의 상세한 요건을 다루고 있는데 (가)재무구조가 극히 악화되어 지급불능의 상태에 처해 있거나 가까운 시일 내에 지급불능의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될 것, (나)당해 기업결합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생산설비 등 회사의 자산이 시장에서 퇴출하여 경제적으로 활용될 수 없게 될 것이 바로 그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파탄회사이론의 판단여부에 대해서 ① 법정관리신청이 이루어졌으며 경상적자의 누계가 4조 5,947억 원에 달하고, ② 정리계획의 인가를 받았으며, ③ 기업결합이 없을 경우 기아자동차의 생산시설이 관련시장에서 퇴출될 것으로 판단되며, 자생적으로 회생하기 곤란하다고하여 이를 인정하였다.73) 그렇지만 ③에 해당하는 생산시설의 퇴출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는 어떠한 근거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74) 앞서 본 것처럼 당시 심사기준에 의해서는 생산설비 등 회사의 자산이 시장에서 퇴출하여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없어야 하는데 기아자동차의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여러 자동차 회사들이 기아자동차에 대한 입찰에 참여한 이상 회사의 자산이 퇴출된다고 보아야하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부도기업의 경우라도 이를 인수할 기업이 없고 기업결합을 통하지 않고서는 생산설비가 퇴출될 수밖에 없는 경우에 한하여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을 허용하는 것이 국제적인 허용기준이다.75)

    또한 이미 살펴본 미국의 파탄회사이론의 적용요건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기업결합 심사직후 발표된 개정된 심사기준에 의하면 다음의 제한 조건이 추가되었다.76) 바로 최소 경쟁제한 기업이 있다면(대체취득자) 그러한 기업에 결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77) 그렇다면 현대자동차가 가장 적은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에 해당되는가? 현대자동차는 당시에도 대우자동차나 삼성자동차에 비해서 승용차, 트럭, 버스 시장에서 가장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이었기에, CR3나 HHI 모두 현대자동차는 최악의 선택이 될 수밖에 없었다. 삼성자동차나 대우자동차 모두 기아자동차와 기업결합을 하였을 경우 현대자동차에 비해서 경쟁제한성이 덜 했을 것이나, 가장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이 될 수 있는 현대자동차와 결합한 것이다.78) 특히 포드자동차와 같은 외국업체가 인수했을 경우 제3사나 제4사의 경쟁구조를 유지시킬 수도 있었다. 따라서 이는 미국의 심사기준이나 심사 직후 개정된 우리나라의 기업심사기준으로도 도산기업항변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79) 하지만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하게 허용함으로써 공정거래위원회는 독과점 상태를 허용한 것이다.80)

       4. 소결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의 인수는 도산법적으로는 채권자입장에서 채권액을 최대한으로 회수할 수 있어 큰 문제가 없었으나, 공정거래법적 입장에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기업결합은 기업결합 불가에 해당하며 예외사항도 적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 결합을 통하여 HHI지수는 기업결합 이전에 비하여 승용차시장에서는 1.69배, 트럭시장의 경우는 1.97배로 크게 증가하였다. 또한 차량생산의 플랫폼통합으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차종은 실질적으로 줄어들게 되어 수요의 탄력도 수치가 줄어들었으며, 시장지배력의 증대에 기인하여 가격이 상승하고 수요량이 축소되어 소비자 후생은 크게 감소되었다.81)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기업결합을 인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이미 살펴본 것처럼 당시의 기준으로나 현재의 기준 모두 효율성 증대효과나 파탄회사이론을 적용시키기에는 크게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은 경쟁정책의 부재현상을 드러낸 것이며 관련시장에서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 후생을 줄일 수 있는 기업인수합병에 대해 엄격한 심사기능을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82) 그렇다면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에 대한 기업결합을 허용한 원인은 무엇일까?

    19)정호열, ⌜경제법⌟ (박영사, 제4판, 2012), 221면; 하지만 이와 같은 기업결합의 정의는 법학자들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경제학자들이 내린 정의라고 한다: 원용수, “독점규제법상 기업결합의 규제에 관한 고찰: 기업결합의 개념에 관한 변화를 중심으로”, ⌜경제법연구⌟ 제7권 제2호 (한국경제법학회, 2008), 3면.  20)공정거래위원회, “2012년 기업결합 동향 분석·발표 - 2012년, 계열사간 경영합리화 목적 합병과 유통분야 M&A 활발”, 보도자료, 2013년 2월 20일, 1면.  21)허선·홍대식·김경연,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심사기준에 관한 고찰”, ⌜경쟁법연구⌟ 제11권 (한국경제법학회, 2005), 129면; 정호열, 앞의 책, 224면.  22)Martin K. Perry & Robert H. Porter, Oligopoly and the Incentive for Horizontal Merger, 75 Amer. Econ. Rev. 219, 219 (1985).  23)곽상현, “수평결합에 대한 경쟁제한성 판단기준”, ⌜저스티스⌟ 제116호 (한국법학원, 2010), 162면.  24)이인환,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에 대한 시정조치에 관한 연구”, ⌜경쟁법연구⌟ 제22권 (한국경제법학회, 2010), 206면.  25)홍성준, “회사정리·회생절차와 M&A”, ⌜BFL⌟ 제20호 (서울대학교 금융법센터, 2006), 55면.  26)임영재, “경제위기 이후 기업퇴출제도의 평가”, (한국개발연구원, 2002), 8면.  27)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회생절차에서의 M&A에 관한 준칙  28)유해용, “기존 경영자 관리인 제도의 명암”, ⌜저스티스⌟ 제117권 (한국법학원, 2010), 53면.  29)하지만 절차에 관여된 모든 이해관계인들의 이익이 고루 만족되는 구조조정절차를 추구하는 회생절차에서의 기업인수합병의 특성상 경우에 따라 인수합병 거래의 신속성이 저해될 염려가 있고, 단기적인 시세차익을 노리는 인수인이 개입하게 될 경우 인수된 회생회사의 재산을 담보로 그 인수대금을 조속히 회수해 버리거나 회사의 재산을 유용하는 등의 예기치 못한 사후적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단점 역시 존재한다.: 박형준, “법정관리기업 인수·합병(M&A)의 실무와 전망”, ⌜사법논집⌟ 제44집 (법원도서관, 2007), 575면.  30)과거 도산절차상 M&A는 거의 회사정리제도 하에서 일어났다. 이는 통합도산법인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의 제정 이전의 도산3법 중 하나인 화의법의 경우에는 극히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 상법의 적용을 받아 M&A의 경우 도산법제의 적용을 받지 않았고, 파산법의 경우에는 절차의 목적이 기업의 해체 및 청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산절차 중 M&A는 회사정리법상의 절차이며 그 중에서도 90% 이상이 제3자 유상증자 방식에 의한 주식인수에 의해서이다: 김인만, “도산절차상의 M&A”, ⌜통합도산법⌟(남효순·김재형 편, 법문사, 2006), 479∼481면.  31)김정만, “회생절차상 M&A의 선택기준과 회생계획인가 전 M&A”, ⌜사법논집⌟ 제50집 (법원도서관, 2010), 제78면.  32)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실무연구회, ⌜회생사건실무(하)⌟(박영사, 제2판, 2006), 171∼172면.  33)김재승, “기아채권단 ‘현대 인수’ 승인”, 경향신문, 1998년 11월 6일, 1면.  34)허선·홍대식·김경연,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심사기준에 대한 검토”, ⌜BFL⌟ 제9호 (서울대학교 금융법센터, 2005), 77면; 경쟁의 실질적 제한이라는 요건을 사용한 규제는 일본의 독점금지법의 입법례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곽상현, “수직결합과 경쟁제한성 판단”, ⌜저스티스⌟ 제102호 (한국법학원, 2008), 92면.  35)곽상현, “수평결합에 대한 경쟁제한성 판단기준”, 앞의 글, 162면.  36)서혜숙·정경환, “독점규제법 제7조 제4항 제1호(경쟁제한성 추정 규정)에 관한 소고”, ⌜경쟁저널⌟ 제133호 (한국공정경쟁연합회, 2007), 52면.  37)곽상현, “기업결합과 관련시장의 획정”, ⌜저스티스⌟ 제93호 (한국법학원, 2006), 52∼53면.  38)대법원 1995. 5. 12. 선고 94누13794; 특히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할 당시의 수평결합에 있어서 기업결합심사기준(공정거래위원회고시 제1998-6호)은 Ⅶ. 1에서 “수평형 기업결합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기업결합 전후의 시장집중상황, 해외경쟁의 도입수준 및 국제적 경쟁상황, 신규진입의 가능성, 경쟁사업자간의 공동행위 가능성, 유사품 및 인접시장의 존재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심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9)김현종, “수평기업결합의 경제분석에 대한 고찰 및 시사점 연구”, (한국경제연구원, 2008), 15면  40)미국의 경우 2010년 개정 수평기업결합 가이드라인을 보면 자연실험(natural experiment), 마진율과 전환율을 이용한 분석법, 기업결합 시뮬레이션(merger simulation) 등 여러 방법을 통하여 기업결합의 경쟁제한성을 검토 분석하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김현종, “미국 수평기업결합 가이드라인의 주요 개정사항에 대한 경제학적 논거, 평가 및 시사점 연구”, ⌜법경제연구⌟ 제8권 제2호 (한국법경제학회, 2011), 389면; 우리나라 역시 기업결합심사기준(공정거래위원회고시 제2011-12호)에서는 수평형 기업결합에 있어서 단독효과, 협조효과, 구매력 증대에 따른 효과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기종, “기업결합심사기준상 기업결합 유형별 경쟁제한성 판단기준에 대한 검토”, ⌜상사판례연구⌟ 제25집 제2권 (한국상사판례학회, 2012), 505∼513면.  41)곽상현, “수평결합에 대한 경쟁제한성 판단기준”, 앞의 글, 165면.  42)당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결서에서는 결합심사기준을 근거로 시장집중도를 판단하지 않고 독점규제법 제7조 제4항 제1호의 추정규정에 의거하여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추정하였다.  43)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자동차 시장을 다시 승용차, 버스, 트럭 시장으로 나누어 판단하였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양사의 기업결합시 시장 점유율이 무려 94.6%에 달하는 트럭시장에서조차 불과 3년 동안의 가격인상만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을 뿐이기에 큰 의미는 없다.  44)윤세리,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규제에 관한 사례연구”, ⌜경쟁법연구⌟ 제7권 (한국경제법학회, 2001), 30면.  45)곽상현, “수평결합에 대한 경쟁제한성 판단기준”, 앞의 글, 169면.  46)Stephen A. Rhoades The Herfindahl-Hirschman Index, 79 Fed. Res. Bull. 188, 188 (1993).  47)39.12(현대차점유율)+16.52(기아차점유율)+36.82(대우차점유율)+7.32(삼성차점유율)+0.32(수입차점유율)  48)3,091.36(55.62)-1,801.06(39.12+16.52)  49)이호선, “기업결합심사에 있어 인과관계 부재 항변의 도입에 관한 연구”, ⌜규제연구⌟ 제19권 제1호 (한국경제연구원, 2010), 100면.  50)권오승, ⌜경제법⌟(법문사, 제9판, 2011), 196면.  51)김문식, “뒤돌아 본 삼익 - 영창악기 M&A 사례의 주요 쟁점”, ⌜경영저널⌟ 제125호 (한국공정경쟁연합회, 2006), 87면.  52)당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1998-6호)에 의하면 항변사유로 산업합리화와 국제경쟁력강화를 들고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심결서(공정거래위원회 의결 제99-43호)에 따르면 산업합리화에 포함되는 것이 바로 효율성 증대효과와 파탄회사이론이다. 또 다른 항변사유인 국제경쟁력강화는 심결서에서 “기술개발의 촉진, 적정경영규모의 확보 등으로 가격 및 품질면에서 현저하게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키거나 해외시장에서 정보수집, 판매활동 등 기업활동을 촉진시킴으로써 수출증대에 현저하게 기여하는 기업결합이다”라고 산업합리화와는 분리하여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국제경쟁력강화라는 항변사유는 현실적으로 산업합리화와 구별하기 어렵고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기업결합 사건 이후 바로 폐지되었으므로 본고에서는 이를 구분하지 않은 채 효율성 증대효과와 파탄회사이론을 중심으로 다룬다.  53)윤경수·진양수, “국내 은행 간 합병의 주요 쟁점”, ⌜법경제학연구⌟ 제8권 제1호 (한국법경제학회, 2011), 83면.  54)홍동표·김정현, “기업결합심사에서의 효율성 효과 판단: 방법론과 정책적 함의”, ⌜경쟁법연구⌟ 제22권 (한국경제법학회, 2010), 178면.  55)이는 공정거래법의 궁극적인 목적이 효율성에 있다는 것에 기인한다. 효율성이 공정거래법의 목적이며 경쟁은 단지 과정일 뿐이다: William Kolasky & Andrew Dick, The Merger of Guidelines and the Integration of Efficiencies into Antitrust review of Horizontal Mergers, 71 Antitrust L. J. 207, 207 (2003).  56)Fiorenzo Bovenzi & Anna Pisarkiewicz, The Role of Efficiency Claims in Antitrust Proceeding: Mergers and Dominance Cases 43 (OECD, DAF/COMP(2012)16, 2012).  57)홍동표·김정현, 앞의 글, 179면.  58)당시 기업결합심사기준에 의한 이 같은 세 가지 요건은 효율성 증대효과를 위한 판단기준이었을 뿐만 아니라 뒤에서 언급할 파탄회사이론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59)공정거래위원회 의결 제99-43호.  60)서울고등법원 2006.3.15 선고, 2005누3174, 판결.  61)대법원 2008.5.29, 선고, 2006두6659, 판결; 효율성 증대효과에 대해서 대법원은 대법원 2009.9.10, 선고, 2008두9744 판결에서도 같은 취지로 판시하였다.  62)주진열, “최근 독점규제법 주요 판례에 나타난 비교경제학적 쟁점 분석”, ⌜경쟁법연구⌟ 제23권 (한국경제법학회, 2011), 351면.  63)Joseph Farrell & Carl Shapripo, Scale Economies and Synergies in Horizontal Merger Analysis, 68 Antitrust. L. J. 685, 708 (2001).  64)이규억, “세계화·정보화 시대의 경쟁정책”, (한국경제연구원, 2001), 178면.  65)이호선, 앞의 글, 126면.  66)유진희, “도산기업 구제를 위한 기업결합”, ⌜고려법학⌟ 제49호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2007), 347∼348면.  67)International Shoe Co. v. FTC, 280 U.S. 291 (1930).  68)Richard D. Friedman, Untangling The Failing Company Doctrine, 64 Tex. L. Rev. 1375, 1375 (1986).  69)이호선, 앞의 글, 109면.  70)유진희, 앞의 글, 352∼355면.  71)공정거래위원회, “철도차량 3사의 통합법인 설립에 대한 공정위 결정사항”, 보도자료, 1999년 7월 1일.  72)허선·홍대식·김경연,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심사기준에 관한 고찰”, 앞의 글, 191면.  73)공정거래위원회 의결 제99-43호.  74)이규억, 앞의 보고서, 173면 각주219.  75)김문식, 앞의 글, 89면.  76)현대자동차의 기아차동차 인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 결과가 발표된 후 불과 1주일 만에 개정된 새로운 기업결합심사기준(공정거래위원회고시 제1999-2호)에 의하면 도산기업의 항변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음의 조건을 필요로 한다. 기업결합심사기준에서는 Ⅷ.2.가의 회생이 불가한 회사는 회사의 재무구조가 극히 악화되어 지급불능에 처해 있거나 가까운 시일내에 지급불능의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를 말하며, 파산의 신청이 있은 회사인지 여부를 고려하게 되고, Ⅷ.2.나에서는 기업결합의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회생이 불가한 회사로 판단되는 경우에도 ①기업결합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 회사의 생산설비 등이 당해 시장에서 계속 활용되기 어려운 경우, ②당해 기업결합보다 경쟁제한성이 적은 다른 기업결합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경우이어야 한다.  77)유진희 앞의 글, 354면; 그렇지만 이 같은 조건 때문에 소비자에게 최적의 효율성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Lars Persson, The Failing Firm Defense, 53 J of Indus. Econ. 175, 195-196 (2005).  78)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할 당시의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체취득자의 부존재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대상기업의 매각노력 여부를 중요시 하였다. 그렇지만 그 이후 정책이 바뀌어 대상기업의 매각노력 여부보다는 인수기업의 경쟁기업 같은 다른 기업이 대상기업을 인수하게 될 경우 관련시장의 경쟁구도가 유지되는지 여부를 고려하는 정책으로 바뀌었다: 유진희, 앞의 글, 375면;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의 인수사례와는 상반되게 공정거래위원회는 에스케이텔레콤(주)의 기업결합 사건 등에서는 피취득회사가 취득 회사 이외의 제3자와는 인수협상을 하지 않았고, 국내 유력회사들이 피취득 업종의 회사 인수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사건의 기업결합보다 덜 경쟁제한적인 기업결합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시하였고, 오비맥주(주)의 기업결합사건에서는 인수희망예상자가 과거에는 열심히 입찰을 위하여 노력하였지만 결국 최종입찰에 참석하지 않은 경우에도 인수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허선·홍대식·김경연,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심사기준에 관한 고찰”, 앞의 글, 193면.  79)이규억, 앞의 보고서, 178면.  80)이인권, “빅딜과 경쟁정책”, ⌜한국경제연구⌟ 제4권 (성균관대학교 경제연구소, 2000), 158면.  81)Id., 160면.  82)Id., 142면.

    Ⅳ. 허용원인에 대한 고찰

       1. 도산법과 공정거래법의 목적 - 시장의 안정

    1.1. 도산법의 목적

    부실기업의 처리 시에 제기되는 가장 큰 문제는 기업이 지고 있는 부채의 처리문제와 기업자체의 존속문제로 나눌 수 있다. 기업이 부실화되어 채무의무를 계약에 따라 이행할 수 없는 경우 채권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형평성을 위해 매우 중요할 뿐 아니라 금융시장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부실기업의 처리가 채권자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만 그친다면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충분이 있으나 일시적으로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도산시키는 비효율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부실기업의 정리제도는 미래에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을 존속시키는 한편 채권 채무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야 하며,83) 이를 위해서 도산법은 그 목적이 추심액의 극대화, 공평한 추심, 그리고 채무자의 회생을 이루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84) 이 같은 도산법의 목적은 현재 우리나라 도산법제에서 가장 중요한 법원(法源)의 역할을 하고 있는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에서 잘 표현되어 있다. “이 법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파탄에 직면해 있는 채무자에 대하여 채권자·주주·지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거나, 회생이 어려운 채무자의 재산을 공정하게 환가·배당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기아자동차가 회생을 시도할 당시 적용되었던 회사정리법은 제1조(목적)에서 “재정적 궁핍으로 파탄에 직면하였으나 경제적으로 갱생의 가치가 있는 주식회사에 관하여 채권자, 주주 기타의 이해관계인의 이해를 조정하며 그 사업의 정리재건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규정하였으며, 이 같은 갱생의 가치를 판단함에 있어 구 대법원 예규는 다음의 세 가지 요건을 기준으로 하였다.85) 첫째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을 만한 공익적인 성격이 강한 회사이며(사안과 관련된 법원판단의 요소: ① 파산이나 청산이 될 경우 지역경제 전체에 광범위하고 심각한 파급효과와 혼란을 불러올 우려가 있는 회사, ② 국가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회사), 둘째 재정적 궁핍으로 파탄에 직면하였을 것, 셋째 갱생의 가망이 있을 것이다. 즉 당시 대법원은 갱생의 가치 판단의 중요요소로 지역경제나 국가경제와 같은 ‘시장’이라는 요소를 매우 중요하게 보았음을 알 수 있다.

    시장의 중요성은 과거 기업구조조정에서 큰 역할을 하였던 공업발전법에서도 나타난다. 공업발전법은 산업합리화조치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데, 산업합리화조치란 1969년부터 시작하여 1980년대 후반까지 계속된 정부주도의 부실대기업 및 주요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방식이다. 당시 정부는 부실화되어 채무를 제대로 상환할 수 없게 된 부실기업이나 부실산업을 선택하여 존속과 퇴출 여부 그리고 그 처리방식을 결정하고 부채 원리금 유예, 감면, 구제금융, 조세혜택 등으로 지원하였다.86) 산업합리화조치는 산업의 육성·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행정부의 산업정책의 일부이지만, 그 대상이 결국 부실화된 기업이기 때문에 부실기업정리제도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 문제는 산업합리화조치가 제정법상 근거 없이 행해졌다는 것이며,87)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1986년 공업발전법이 제정되었다. 공업발전법은 제1조(목적)에서 “공업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고, 공업의 합리화를 촉진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규정하여 국민경제라고 하는 ‘시장’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도산법제에서 시장의 존재는 이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과 함께 도산법제의 중요한 법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하 기촉법으로 칭함)과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산업구조개선법으로 칭함)을 보면 ‘시장의 안정’이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알 수 있다. 기촉법 제1조(목적)88)에서는 ‘시장기능’을 강조하고 있으며, 금융산업구조개선법 제1조(목적)89)에서도 ‘시장의 안정’을 법의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시장의 안정’이라는 요소는 도산법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한 그 시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2. 공정거래법의 목적

    앞에서 본 ‘시장의 안정’이라는 요소의 중요성은 공정거래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공정거래법 제1조(목적)를 보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통설적으로 공정거래법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의 촉진을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며 창의적인 기업활동의 조장과 소비자의 보호 그리고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은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풀이한다.90) 하지만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이 단순히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의 촉진으로 이룰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91) 대법원은 “일정한 거래분야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경쟁이 제한되는 정도에 비하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한다는 법의 궁극적인 목적에 실질적으로 반하지 아니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면...”92)이라고 해석하여 자유로운 경쟁만이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해석하지 않았다. 즉 대법원의 판단은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이 반드시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93) 공정거래법은 폭넓은 정치·사회적 목적을 함께 추구한다고 해석해야한다.94)

    따라서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서 국가는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유지하는데 그치지 않고, 경쟁력이 없거나 약한 산업 등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거나 육성할 필요성이 존재할 수 있으며,95) 경우에 따라서는 공정거래법의 목적을 경제적 효율성으로 볼 필요도 있다.96) 그러므로 공정거래법의 목적 중 하나인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에 ‘시장의 안정’이라는 요소를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은 불균형이 제거되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루어짐으로써 국민경제가 균형 있게 발전해 나가게 해주어야 하는 곳이며,97) 경제적 효율성이 실현되는 장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독점규제법에서도, 시장이라는 요소는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독점규제법의 목적은 각 시대의 정치·경제적 상황과 지배적 이념의 영향을 받아 변천하여 왔지만 시장에서의 경제적 효율의 증대는 항상 큰 고려요소이다.98) 이와 같은 시장의 요소는 판례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International Shoe Co. v. FTC 사건에서는 “회사의 청산은 이해당사자들의 손실과 공장이 운영되는 지역사회에 손실을 입힐 염려가 있다”99)라고 표현하여 우리나라의 국민경제와 같은 시장적 요소가 고려대상임을 밝히고 있다.

       2. 시장안정과 법의 적용

    2.1. 시스템리스크(Systemic Risk) - 도산법의 실패와 만회

    1990년대부터 우리나라 도산법제는 유명무실하며 도산법제가 부실기업의 도산문제 등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특히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게 되자 도산기업의 퇴출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우리 경제의 중요한 문제점 중의 하나로 인식되었다. 즉 기업퇴출제도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신속한 기업구조조정이 이루어지지 못했고 이로 인하여 금융기관이 부실화되었으며, 결국 아시아 금융위기에서 우리나라도 발생국가 중 하나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100)

    기아자동차 처리에 있어 그러한 문제점은 극명하게 들어났다. 기아자동차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처하자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던 정부는 시장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직접 개입을 선언하고 공기업화를 천명하였으나,101) 국제통화기금의 반대로 곧 철회되었다.102) 기아자동차 공기업화의 취소와 도산으로 이어지는 사태는 한보, 삼미, 진로, 대농 등의 도산과 함께 우리나라가 아시아 금융위기의 발생국가가 되는 데 큰 요인이 되고 말았다. 기아자동차는 당시 도산 기업 중에서 가장 규모가 컸으며 이러한 연쇄기업도산은 거래 금융기관들의 동반 부실화를 가져온 것이다.103) 이것뿐만 아니라 기아자동차는 중소 부실기업의 갱생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진 화의법에 신청자의 자격에 대한 제한이 없다는 점을 이용하여 화의신청을 하였다가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다시 회사정리절차를 신청하기도 하였다.104) 즉 많은 시간을 본격적인 도산절차의 진행에 앞서 소비한 것이다. 바로 이러한 혼란은 체계적인 도산법제의 미비에서 기인한 것이며,105) 이는 곧 시스템리스크의 발생을 동반한 금융위기의 한 원인이 되었다.106)

    시스템리스크의 정의는 다음과 같이 내릴 수 있다. 시스템리스크에 대하여 거시경제 학자들은 금융시장과 금융기관에 대한 광범위한 붕괴 위험이라고 말하기도 하고,107) 하나의 금융기관의 실패가 다른 금융기관과 시장에 심각한 해를 입힐 수 있거나 또는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을 가리키기도 한다.108) 그러나 시스템리스크에 대한 완전한 정의가 아직 내려지고 있지 않았다는 것도 사실이다.109) 이러한 시스템리스크를 촉발하는 사건은 단일 척도로 측정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예기치 못한 상태에서 예기치 못한 경로를 통해 갑자기 표면화될 수 있으며, 이에 적절한 정책대응이 부재한 상태에서 그 잠재적 위험이 누적되어 경제전반에 대한 위기로 표출되는 것이다.110)

    시스템리스크는 금융충격에 따른 금융기관의 도산 등으로 촉발될 수도 있지만, 금융부문이 아닌 기아자동차의 도산과 같은 실물경제의 충격에 의해 공통된 위험요인이 노출됨으로써 발생하기도 한다.111) 실물경제와 금융부문의 연계성은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는데 금융권과 대출 등의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가계와 기업 등 실물경제 부문의 손실이 자체 자본에 의해 흡수되지 못하고 금융권으로 넘어왔을 때, 손실 금액이 금융권이 사전에 준비한 대손충당금 및 리스크자본을 초과할 경우 금융부분에 큰 충격이 가해지고 결국 시스템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112)113)

    기아자동차의 위기를 도산법제의 미비로 신속하게 처리할 수 없었고, 그로 인하여 금융위기라는 큰 시련이 발생하자 정부는 기아자동차의 신속한 처리를 위하여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114)115)기아자동차의 처리방법으로 기업인수합병을 통한 회생절차를 이용한 것은 이 방법이 조기에 효율적으로 채무자의 회생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유용한 수단이었으며, 신속성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116) 기아자동차는 도산법의 절차를 기반으로 한 인수합병을 통하여 회생한 최초의 기업이 되었는데,117) 이는 인수합병이 도산법의 실패로 발생한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도산법의 효과적인 방안이었기 때문이다.

    2.2. 경쟁정책과 시장안정 - 공정거래법의 완화

    시장의 안정을 위협하는 위기의 원인이 무엇이든지 간에 그러한 원인의 결과는 금융시장과 실물시장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금융시장이 경색되어서 그러한 여파가 실물시장으로 전이될 수도 있고 소비자의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여 실물시장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경제위기 상황의 경우 보통 이러한 악영향은 모든 기업에 대해서 동시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거대 규모를 가진 회사의 도산인 경우 금융회사가 아니라 할지라도 수많은 회사의 생존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고는 한다. 이 같이 시장의 안정이 위협받게 되면 정부는 경쟁정책을 완화시키라는 강력한 요구를 받게 된다.118) 시장의 안정이 경제력 집중으로 인한 폐해를 막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결합문제를 다루던 시기의 공정거래위원회가 바로 그러한 처지에 처해있었을 것이다.119) 이는 지금까지 발생한 전 세계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거의 예외 없이 각국의 경쟁당국은 경쟁정책을 완화한데서 알 수 있다.120)

    이러한 압력을 받게 되는 원인은 급격한 소비수요의 감소와 같은 문제는 개별기업의 문제라기보다는 산업전체의 문제인 경우가 많으며, 따라서 경쟁당국은 경쟁규제를 경제 회복에 더 적합하도록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 위기 하에서는 가격변동성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경쟁정책의 선택에 지표로 이용되는 가격을 더 이상 활용할 수 없다는데서 그 근거가 있다.121)

    미국의 경우 경제위기를 이유로 독점규제법상의 경쟁정책을 입법을 통해 아예 제한한 예도 있다. 바로 전국산업부흥법(National Industrial Recovery Act)122)이 이에 해당하는데, 이법은 독점규제법의 적용을 2년 동안 정지시키고, 카르텔을 허용하기도 하였다.123)124) EU의 경우에는 세계금융위기(The Financial Crisis of 2008) 발생이후 독점규제법의 적용을 유연하게 하겠다고 공언한바 있으며 이후 발생한 기업인수합병사건에서 이를 실행한바 있고,125) 이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126)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했던 그 시기에 우리나라의 금융업에서 대표적인 역할을 하는 은행부분에서도 은행간 합병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금융위기 과정 중에는 우량은행이 부실은행을 떠맡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127) 그 후에는 은행의 대형화 추세에 따라 은행의 규모를 키워 시장에서의 지위를 높이고 규모의 경제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합병이 일어났다.128) 이러한 합병의 결과 은행의 수는 크게 줄어들었고, 은행산업의 집중도 역시 크게 올라갔다.129) 이는 단순히 기아자동차의 인수합병에 대해서만 느슨한 법 규정이 적용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130)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로 인한 기업결합을 효율성 증대효과와 파탄기업이론을 근거로 인정한 것은 아시아 금융위기의 여파로 대기업의 연쇄적인 도산 등 우리 경제가 극심한 곤경에 처해 있었던 당시의 경제사정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선택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으며,131) 이러한 위기상황 하에서의 경쟁정책의 완화는 우리나라만의 고유의 정책이 아니었음도 분명한 사실이다.

    83)남일총, 앞의 글, 4면.  84)법무부,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해설⌟ (2006), 2면.  85)구 대법원 회사정리사건처리요령(재민 92-5), 개정 1996. 7. 27, [재판예규 제487호].  86)오수근, ⌜도산법의 이해⌟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2008), 113면.  87)Id.  88)기업구조조정 촉진법 제1조(목적) 이 법은 기업구조조정이 신속하고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시장기능에 의한 상시적인 기업구조조정이 촉진될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  89)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 이 법은 금융기관의 합병·전환 또는 정리 등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을 지원하여 금융기관 간의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고, 시장상황의 급격한 변동에 따라 금융기관의 일시적인 유동성의 부족 등으로 금융의 중개기능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에 금융기관의 자본 확충 등을 위하여 신속하게 자금지원을 하여 금융업무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금융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과 금융시장의 안정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90)이문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은 목적인가 아니면 수단인가?: 공정거래법의 목적에 관한 통설적 견해의 문제점” ⌜상사법연구⌟ 제16권 제2호 (상사법학회, 1997), 620면.  91)Id., 625면.  92)대법원 2005.9.9. 선고 2003두11841 판결.  93)박승룡, “독점규제법의 목적에 관한 연구”, ⌜민주법학⌟ 제53호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2013), 262면.  94)이기종, “공정거래법의 목적”, ⌜비교사법⌟ 제14권 제3호(하) (한국비교사법학회, 2007), 1092면.  95)권오승, 앞의 책, 78면.  96)이문지, 앞의 글, 633면.  97)신현윤, 앞의 책, 134면.  98)이기종, “공정거래법의 목적”, 앞의 글, 1080∼1084면.  99)International Shoe Co. v. FTC, 280 U.S. 291, 302 (1930).  100)김재형, “IMF에 의한 구제금융 이후 민사법의 변화”, ⌜서울대학교 법학⌟ 제55권 제1호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2014), 17면.  101)김종현·김영진, “기아차 법정관리 공기업화”, 매일경제신문, 1997년 10월 23일, 1면.  102)임규진, “기아차 공기업 백지화”, 동아일보, 1997년 12월 9일, 1면.  103)최두열, “아시아 외환위기의 발생과정과 원인”, (한국경제연구원, 1998), 74∼76면.  104)임영재, 앞의 글, 9면.  105)기업도산제도의 미비로 인한 부실기업의 처리지연으로 기업부실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는데,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의 발발에 이르는 몇 년의 기간은 한국경제의 비효율적 부실기업 처리시스템이 얼마나 큰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Id.  106)한국은 신속성을 갖춘 도산시스템을 갖고 있지 못했는데, 시스템리스크의 발생으로 인한 동시다발적인 도산인 경우 보통의 도산절차보다 더욱 신속하고 빠른 도산 절차가 필요하다: Joseph E. Stigliz, Bankruptcy Laws: Basic Economic Principles, in Resolution of Financial Distress 1, 19 (Stijn Clasessens et al. eds., World Bank Institute, 2001).  107)James Bullard, President,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Systemic Risk and the Macro-economy: An Attempt at Perspective, Address at the Indiana Univ. Bloomington, (Oct. 2, 2008), available at http://www.stlouisfed.org/newsroom/speeches/2008_10_02.cfm.  108)James Bullard, Christopher J. Neely & David C. Wheelock, Systemic Risk and The Financial Crisis: A Primer 403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Rev., 2009).  109)Steven L. Schwarch, Systemic Risk, 97 Geo. L. J. 193, 196-197 (2008); Adam J. Levitin, In Defense of Bailout, 99 Geo. L. J. 435, 443 (2011) footnote 20에 의하면 수십 명의 학자와 기관이 시스템리스크에 대하여 각기 다른 정의를 내리고 있다.  110)윤석헌·정지만, “시스템리스크와 거시건전성 정책체계”, ⌜금융연구⌟제24권 제2호 (한국금융학회, 2010), 32∼33면.  111)물론 일반기업체의 도산에 의한 시스템리스크의 발생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미국정부 역시 2008년 세계금융위기시 시스템리스크의 발생을 막기 위해 자국 자동차 산업의 도산에 관여하였다: United States Department of the Treasury Office of Financial Stability, Troubled Asset Relief Program: Three Years Anniversary Report 4 (2011); 금융기관이 아닌 일반기업의 도산으로 인한 시스템리스크의 발생에 대해서는 박민우, “크라이슬러와 제너럴모터스의 도산사건이 우리나라의 도산제도에 주는 시사점”, ⌜상사법연구⌟제30권 제4호 (한국상사법학회, 2012) 참조.  112)김진호, “금융환경변화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금융안정연구⌟ 제8권 별호 (예금보험공사, 2007), 4면.  113)기아자동차가 위기에 빠진 1997년부터 당시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은 크게 시스템리스크의 측정지표가 상승하였다. 특히 기아자동차의 주거래은행이었던 제일은행은 1997년 9월에 이미 한국은행으로부터 특별대출 1조 원을 지원받아야 했으며, 1997년 12월에는 부분적으로 뱅크런(bank-run)이 나타났고 1997년 12월에는 정부출자가 의결되었다: 김진호, “1997 외환위기와 2007 글로벌 금융위기의 은행 부분 시스템리스크 규모 비교”, ⌜사회과학연구논총⌟ 제29권 제2호 (이화여자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2013), 220면.  114)윤희상·임규진·백우진, “외환위기 도화선된 기아사태”, 동아일보, 1998년 2월 14일, 5면.  115)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발생한 회사정리절차의 인가 및 종결 모두 그 소요기간이 상당히 단축되었다: 권세훈, “회사정리 기간에 대한 생존분석”, ⌜산업경제연구⌟ 제22권 제3호 (한국산업경제학회, 2009), 1302면.  116)홍성준, 앞의 글, 58면.  117)1998년에는 기아자동차와 함께 고려개발과 근화제약의 기업인수합병이 있었다.  118)Competition Committee, Competition and the Financial Crisis 17 (OECD, 2009)  119)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에 대한 인수합병을 허용한 예는 국제적으로도 경쟁정책 당국이 경제위기 상황 하에서 경쟁정책을 완화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Conor C. Talbot, Competition Policy in Difficult Economic Conditions – Part of the Solution or Root of the Problem? (January 4, 2010). available at SSRN: http://ssrn.com/abstract=1655143  120)Pinguang Ying, Competition Policy under Economic Recessions: Historical Changes and Implications, 4 Modern Econ. 230, 231 (2013).  121)이인호, “금융위기와 금융 산업구조에 관한 연구”, ⌜조사연구 Review⌟ 제27호 (금융감독원, 2009), 67∼69면.  122)Pub. L. 73–67, 48 Stat. 195, 15 U.S.C. §703.  123)이인호, 앞의 글, 69∼70면.  124)물론 이러한 법률에 대하여 많은 비판이 가해졌으면 미국 법무부 역시 이에 대한 반성을 하기도 하였다. 자세한 내용은: Carl Shapiro, Competition Policy in Distressed Industries (Department of Justice, 2009).  125)Michael Reynolds, Sarah Macrory, & Michelle Chowdhury, Competition Policy in the Financial Crisis, 33 Fordham Inter. L. J. 1670, 1698-1699 (2010).  126)Philip Lowe, Competition Policy and the Economic Crisis, 5 Competition POL’Y IINT'L 3, 16 (2009).  127)충북은행과 강원은행이 조흥은행에, 충청은행과 보람은행이 하나은행에 대동은행이 국민은행에, 동남은행이 주택은행에, 동화은행이 신한은행에, 경기은행이 한미은행에 합병되었고,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한빛은행이 되었으며 그 후 다시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합병하여 우리금융지주회사가 되었다.  128)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하나은행과 서울은행,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이 이루어졌다.  129)1999년 말 총자산 기준으로 CR3가 33.5%, HHI가 755, 총대출 기준으로는 CR3가 35.7%, HHI가 811, 총예금 기준으로는 CR3가 33.9%, HHI가 768 이었던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집중도는 2005년에 총자산 기준으로는 CR3가 47.9%, HHI가 1,188, 총대출 기준으로는 CR3가 49.4%, HHI가 1,226, 총예금 기준으로는 CR3가 48.3%, HHI가 1,208 등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이승윤, “은행합병과 경쟁정책”, ⌜금융시스템 리뷰⌟ 제15호 (한국은행, 2006), 46면.  130)우리나라의 경우 은행의 기업결합에 관한 최종적 승인 권한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제24조에 의해 금융위원회에 부여되어 있으며, 경쟁제한성에 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견을 고려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 편입을 통한 은행합병에 대해서도 금융지주회사법 제17조에 의해 금융위원회가 관련 시장에서의 경쟁제한성 여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하도록 되어 있을 뿐이다.  131)정재훈·정진훈,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에 관한 건”, ⌜공정거래위원회 심결사례 30선⌟(공정거래위원회, 2011), 119면; 하지만 최근에는 경제의 위기상황에도 불구하고 엄격한 경쟁정책이 궁극적으로 경제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역시 존재 한다: Carl Shapiro, Supra note 124.

    Ⅴ. 결론

    공정거래위원회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의 인수를 허용하는 결정을 통하여 두 회사의 기업결합을 가능하게 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아자동차에 대한 현대자동차의 수평적 기업결합을 허용한 원인은 표면적으로 공정거래법 제7조 제2항에서 규정한 ‘효율성 증대효과’와 ‘회생이 불가한 회사와의 기업결합(파탄회사이론)’이라는 경쟁제한성의 예외조항을 적용한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의 기업결합심사기준이나 또는 현재의 기업결합심사기준 모두를 근거로 해서라도 이 두 가지 예외조항은 적용되기 쉽지 않다.

    효율성 증대효과가 기업결합의 허용이유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경쟁제한으로 인한 폐해보다 효율성증대의 효과가 커야 하는데, 이는 증명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나 법원모두 이를 매우 좁게 해석하고 있다. 또한 회생이 불가한 회사와의 기업결합 역시 적용할 수 없다. 당시의 기준이었던 기아자동차의 자산이 현대자동차의 인수가 아니면 시장에서 사용되지 못한다는 조건은 입찰에 많은 참여자가 있었던 사실에 비추어 충족시킬 수 없다. 또한 현재의 기준으로 회생이 불가한 회사와의 기업결합으로 허용되려면 추가적으로 인수자가 가장 독점적 폐해가 적은 기업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데 당시 기아자동차에 대한 인수전은 현대자동차뿐만 아니라 시장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우자동차와 삼성자동차도 참여하였기 때문에 더더욱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단순히 공정거래법 제7조의 규정만을 근거로 하여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기업결합을 판단한다면 법적용을 잘못한 사안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중 발생하였다는 사실에 주목하여야 한다. 특히 기아자동차는 우리나라가 아시아 금융위기의 발생국가가 되는데 큰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이다. 당시 도산법제의 미비로 실질적으로 도산상태에 빠진 기아자동차를 처리하는데 무려 1년이 넘는 긴 시간이 걸렸다. 이러한 긴 시간동안의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말미암아 우리나라는 금융위기의 발생국가가 되었으며 이의 해결책으로 선택된 것이 바로 도산법제 중 인수합병방식이었다. 인수합병은 신속하게 기아자동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도산법의 목적은 일반적으로 추심의 극대화나 공평한 추심을 통하여 채권자를 만족시키고 채무자의 회생을 이루려는 것이나 그 외에도 시장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시장의 안정은 공정거래법의 목적과도 연결되는데, 공정거래법 역시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그 목적으로 삼고 있고 이는 시장의 안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에 대한 인수합병을 살펴보았을 때 도산법적 측면에서는 현대자동차는 가장 많은 액수를 기아자동차의 인수에 사용하겠다는 제안을 채권자들에게 하였고 성공적으로 기아자동차를 회생시켰으므로 목적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도산법의 목적인 시장의 안정은 시스템리스크가 발생한 우리나라에서 기아자동차를 신속하게 처리함으로써 이룰 수 있었다.

    공정거래법적 측면에서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기업결합은 시장의 안정을 달성하여 공정거래법의 목적인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이룰 수 있게 하였다. 기아자동차에 대한 처리지체로 시스템리스크가 이미 발생하였던 당시는 우리나라의 경제가 최악의 상태였고 정부는 독과점에 의한 폐해를 염려하기 보다는 경제위기를 해쳐나가야 했기에 더 나은 기업결합 대상을 찾을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는 공정거래법 제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은 단순히 경쟁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의 목적과도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공정거래법의 느슨한 적용으로 인하여 독점으로 인한 폐해와 경제력 집중현상이 발생하고 또한 법적용을 완화하는데 대한 적절한 기준이 없다는 문제점이 존재하나 이러한 경제위기 상황 하에서의 공정거래법의 느슨한 적용 자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EU에서도 전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함에 있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정한 공정거래법 제7조 제2항의 적용은 법조항만을 놓고 판단한다면 타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이 곧 잘못된 결정이라 할 수는 없으며, 이는 공정거래법의 목적인 제1조에 의해서 타당성을 설명할 수 있다. 또한 도산법에 의해서도 이러한 결정은 지지받을 수 있는데 시장의 안정은 도산법의 가장 큰 존재 이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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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자동차의 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