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공공성 변화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극복과정에 미친 영향*

The Effect of the Publicness Crisis on the Overcoming Process of Fukushima Nuclear Dis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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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사회에서는 방사능 오염에 대한 불안과 함께 안전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였다. 그러나 아베노믹스로 대표되는 최근의 일본 경제정책에서 볼 수 있듯이 일본에서 안전문제는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인식되고 있으며 원전 재가동을 위한 정부차원의 움직임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라는 위기를 통해 형성된 안전에 대한 인식이 정치적 이슈로 발전되지 못한 이유를 1990년 경제 버블 붕괴 이후 일본사회가 경험한 사회구조적인 변화, 그중에서도 공공성 수준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하였다. 공공성 수준의 변화와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발생원인 및 사고 극복 과정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본 논문에서는 일본의 경제버블 붕괴가 공공성 논의에 미친 영향을 이론적으로 살펴보고 잃어버린 20년으로 대표되는 장기 경기침체기 동안 공공성의 네 가지 요소인 공익성, 공정성, 공민성, 공개성이 어떤 형태로 변화해 갔는가를 분석하였다. 또한 원전건설과 가동에 관한 문제들과 공공성의 관계를 살펴보면서 공공성 수준의 변화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수습 방향에 미친 영향을 고찰하였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원인과 사태 수습과정을 공공성의 측면에서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두 가지가 밝혀졌다. 첫째, 경제 버블 붕괴 이후 국가가 공공성을 독점해 온 것에 대한 비판이 공공성 논의로 이어졌으며 장기침체 동안 공익성, 공정성, 공민성의 수준이 큰 폭으로 저하되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전의 일본사회가 공공성 위기에 직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둘째, 일본사회의 공공성 수준 저하가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대재난을 경제우선 프레임으로만 해결해가려는 대응방식을 만들어 낸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분석결과는 공공성을 담보해가는 주체가 국가에 국한되어서는 안 되며 재난에 대한 극복 방식이 한 사회에 축적된 공공성 수준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The purpose of this article is to analyze the influence of prolonged economic slump on Japan society in terms of publicness and how publicness crisis affect the way of deal with the problem related to Fukushima Nuclear Disaster.

    Fukushima Nuclear Disaster is not natural disaster but structural disaster took place by the publicness crisis accumulated for lost 20 years. Japan society has suffered from rapid increase in irregular employment and widened the gap between social classes since 1990s bursting of bubble economy and the concern for fairness has been also raised in this period. While most of industry undergo restructuring in 2000s, however, electronic power company still hold onto their vested right through Gensiryoku Mura(Nuclear Power Village) tightly-woven network of local politicians, industry executives, engineers who have become dependent on nuclear power for jobs, income, and prestige. These publicness problems have a significant impact on the economic policy resuming operation of nuclear reactors after Fukushima Nuclear Disaster.

    Through the analysis about the relation between publicness and disaster, this article finds that first, state-led publicness throw fairness, openness into crisis, second, the lengthy publicness crisis made public accept the policy of separating safety issues from economic framework.

  • KEYWORD

    후쿠시마 원전사고 , 공공성 , 공익성 , 공정성 , 공민성 , 공개성

  • 1. 문제제기

    2014년 3월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원자력1) 발전소 재가동에 찬성하는 비율이 28%, 반대하는 비율이 59%로 원자력 에너지 사용을 반대하는 의견이 찬성하는 의견의 두 배를 넘어섰다. 2009년 내각부가 실시한 원자력에 대한 특별 여론조사에서 원자력 에너지 이용을 적극적으로 또는 신중하게 추진해가는 것에 찬성하는 비율이 59.6%였던 것과 비교하면 극적으로 변화된 수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전까지 60%에 달했던 원자력 발전 전력에 대한 찬성의견이 절반이하로 줄어든 것은 다름 아닌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발생한 방사능에 대한 공포 때문일 것이다. 원전사고로 인해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고 원자력 에너지 이용에 대한 반감이 늘어난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면 원전사고 이전에 일본 국민이 가지고 있던 원자력 에너지 사용에 대한 지지율이 60%에 달했다는 것은 그리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1966년부터 가동되기 시작한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는 한 해 평균 2기씩 그 수를 늘려가며 1980년대까지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1970년대에 있었던 두 번의 오일쇼크로 인한 세계정세의 급격한 변화나 내수시장의 경기변동에도 불구하고 20년 넘게 ‘직선적’ 증가 추세를 이어왔다(吉岡, 1999: 136-142). 또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기 일 년 전인 2010년까지만 해도 일본정부는 당시 전력 공급량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던 원자력 발전 전력 공급량을 2030년까지 50%로 늘리겠다는 에너지 기본계획을 발표하여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는 등 원자력 에너지 사용 확대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왔다.

    원자력 에너지 사용을 위해 원자력 발전소가 필요하고 원자력 발전소를 위해서 부지로 선정된 지역의 주민동의가 필요하다는 점, 지금까지 일본전역에 건설된 원자력 발전소 17곳과 원자로 54기 역시 지역주민의 적극적 또는 소극적 동의2)를 통해 세워진 것이란 점에서 본다면, 1980년대까지 매년마다 원자력 발전소가 꾸준히 지어질 수 있었던 경위도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의 경우,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제2원자력 발전소가 위치하고 있었고, 두 곳의 발전소에 각각 6개, 4개의 원자로가 집중되어 있는 상징적인 ‘원자력 마을3)’이었다. 뒤에서 자세히 논의하겠지만 일본의 특정 지방에 원자력 발전소가 집중적으로 건설될 수 있었던 것은 도심부에서 생산할 수 없는 전력을 지방에서 생산하는 대신에 그 ‘대가’를 지방에 지불하여 도시와 지방 간의 형평성을 맞추어 가야 한다는 일본 정부의 공정성을 전제로 한 정책 덕분이다4). 또한 그 ‘대가’의 액수도 댐이나 도로건설 같은 공공사업비용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등, 일본에서는 정부가 공정성과 공익성을 담보하는 주체로서 그 역할을 담당해 왔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의 상황과 사고 이후의 정치 상황 또한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먼저, 사고 직후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위험을 과소평가한 일본정부와 도쿄전력, 그리고 사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미디어의 문제를 들 수 있다. 해외 언론이나 소셜 미디어에서 전달된 정보와 일본 국내 미디어가 전달한 정보의 차이는 미디어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켰고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신화를 뒷받침하고 있던 방사능 영향 예측 네트워크 시스템, ‘스피디’(System for Prediction of Environmental Emergency Dose Information)가 측정한 방사능 확산에 대한 정보가 원전사고 이후 한 달 이상 공개되지 않았던 것도 뒤늦게 밝혀지면서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의 정보 조작과 은폐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기도 하였다(전영상·이진복 2012).

    또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원자력 발전소의 재가동에 대한 반대여론이 거세지고 방사능 공포가 일상생활까지 침투했던 2012년에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국가주도의 경제성장정책을 제시하면서 원자력 발전소의 재가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한 아베정권이 일본 국민의 지지 속에 출범한 것 역시 재난이 정치적 이슈로 부상하는 것의 한계를 드러낸 중요한 사건이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인 지진과 쓰나미 때문에 발생한 사고인 것은 분명하지만 후쿠시마 지역에 원자로가 10기나 지어질 수 있었던 이유와 사고 이후에 불거진 정보은폐문제 등을 놓고 볼 때,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자연재해로 인한 우발적 사고라기보다는 일본 사회가 안고 있던 공공성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일본사회가 겪고 있던 공공성의 문제란 공공성 실현주체를 국가에 한정시켜온 것과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일본의 공공성이 국가의 공공성과 동일한 것으로 받아들여진 이유는 무엇일까? 국가의 공공성을 시민의 공공성까지 확대시키려는 논의는 언제부터 나타나게 되었을까? 일본사회의 공공성 수준은 어떤 식으로 변화되어 왔을까?

    본 논문은 위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앞서 제기한 여러 가지 질문들을 풀어나가기 위해 다음과 같은 과제를 분석